최근 한국축구에 대해 들끓는 여론은 아마도 2002년 월드컵에 대한 불안 때문일 것이다. 이대로라면 2년 후 월드컵에서 한국은 공동개최국 일본이 세계 강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데 들러리만 설 가능성이 높다.한국축구의 문제는 응급처방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러나 2002년 월드컵을 당면목표로 겨냥하지 않을 수 없다. 역대 월드컵에서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정남, 이회택, 김호 감독으로부터 `단기처방'에 대한 조언을 들어봤다.
김정남(86년 월드컵감독, 현 울산 현대감독)= 단기적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감독선임 문제라고 본다. 외국인감독 영입이 대세인 것 같은데 남은 기간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하지도 않다.
기술위원회 등 협회기구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정보화시대인 만큼 축구에서도 정보가 힘이 되는 세상이다. 작전구상은 물론 선진기술 습득과 해외동향 파악에 이르기까지 기술위원회 등의 유기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86년 당시 해외정보에 어두워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더욱 활성화하는 것도 2002년월드컵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어차피 월드컵무대에서 맞붙을 선수들과 직접 겨뤄보는 것과 비디오를 통해 분석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이회택(90년 월드컵감독, 현 전남 드래곤즈감독)=급성장한 일본축구는 10년 전부터 정성을 들여온 끝에 지금 결실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기회가 많았는데 번번이 놓쳤다.
어쨌든 당분간은 우리 앞마당에서 열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외국인감독이건 국내 감독이건 일단 정해지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 줘야 한다.
나도 축구선배와 월드컵지원단장으로 성원을 아끼지 않겠지만 팬들은 물론 언론 역시 `콩 내라 팥 내라' 식의 지나친 간섭은 없어야 한다.
선수들의 해외진출 문제도 주춤하고 있는데 선진축구를 직접 체험한다는 대의명분을 위해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2002년 월드컵 대표상비군 선발도 미리미리 대비해야 한다.
김 호(94년 월드컵감독, 현 수원 삼성감독)=수많은 처방이 내려졌고 많은 공청회를 거쳐 축구인들의 의견이 모아졌는데도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축구협회가 지금껏 이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일이 터질 때마다 똑 같은 처방이 나오고 축구협회는 별 무반응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현장의 소리를 외면하고 축구인들을 소외시키고서는 진정한 축구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닌가. 94년 월드컵 당시 국내 선수층이 두텁지 못해 선발할 수 있는 인원자체가 한정돼 있었다는 게 가장 답답했다.
2002년에도 같은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밭을 간다'는 심정으로 프로축구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외국인감독은 선진축구기술에 익숙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한국정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짧은 기간에 성과를 내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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