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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나서는 초등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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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벌이' 나서는 초등생들

입력
200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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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전단배포등 게임방값 마련위해초등학생들이 용돈을 벌기 위해 부모 몰래 전단지 배포나 배달심부름 등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부 학교에서는 한반 학생의 4분의1 가량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번 돈을 뺏기거나 탈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학생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M초등학교에 다니는 임모(13)군은 최근 “게임방 값을 벌자”는 친구의 꾐에 빠져 부모 몰래 동네 피자치킨집에서 광고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전단지를 돌리고 받은 돈은 100장당 1,000원.

임군은 “친구들 사이에 알음알음으로 퍼지면서 `아파트 전단돌리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가 한반에 4~5명은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K초교는 자체 조사결과 6학년 학생(188명) 중 10% 이상인 20여명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아르바이트 경험자가 8명이 넘는 반도 있었다.

이 학교 김모(41) 교사는 “주로 5,6학년 학생들이 방과 후 2~3시간 가량 시간당 1,000~1,500원 또는 장당 10원씩을 받고 피자집과 중화요리집, 컴퓨터판매점, 부동산중개소 등에서 전단을 돌리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주로 게임방ㆍ오락실 비용을 마련하거나 퀵보드 등을 구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동구 S초교는 최근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급증하자 학부모들에게 `광고전단 돌리기 아르바이트를 금지시켜 줄 것`을 요청하는 게시물을 인터넷에 띄우고 교사들에게 생활지도를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 중랑구 J초교도 한반에 평균 3~4명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아르바이트를 막아달라”는 학부모들의 항의ㆍ호소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울산지역 일선 초교에서도 5,6학년 학생들의 전단지 아르바이트가 급증,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초등학생 상당수는 학업장애와 탈선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범죄피해까지 입고 있다.

S초교 생활지도담당 배모(38) 교사는 “중학생들과 같이 전단을 돌리다 보면 폭행을 당해 번 돈을 뜯기거나 각종 비행(非行)을 배우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심지어 이들을 고용한 가게에서 돈을 안주거나 일부만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고용시에는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업소는 `싼값'에 전단지 배포를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또 일부 학교에서는 아르바이트와 게임방 출입 등으로 인해 수업시간중 학교 밖으로 나가거나 아예 장기결석하는 학생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서울대 교육학과 김계현 교수는 “스스로 돈을 벌어보는 경험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부모 허락 없이 게임방에 가거나 물건을 사기 위해 불법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김점옥 장학사는 “초등학생 아르바이트 실태를 조사해 불법 고용업소를 강력 단속하고 학생지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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