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체 6집 앨범 들고 하우스댄스·테크노 대부분따져 보면 이상한 일이다. 가수의 음반을 설명하는데 `영국에서 음반 자켓을 촬영했다. 그리고 샤넬, 웨스트우드 등 세계적인 의상 디자이너들의 20여벌 옷이 등장했다' 는 설명이 왜 필요한 지.
이미 가수가 `노래' 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지만 엄정화는 우리 가요계에서 좀 특이한 존재이다. 일단 비주얼을 앞세운 가수로 벌써 6집 음반을, 그것도 연타석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나올 때 마다 `변신' 을 말하고 있는데 그것이 꾸준히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엄정화는 비주얼을 앞세운 화려한 외모 치장에 댄스 음악이 트레이드 마크이다. 그러나 엄정화의 댄스는 기존 `뽕짝' 에서 보여주었던 `울고 짜는' 정서를 상당 부분 반영한 독특한 한국적 댄스라는 것이 강점이다.
그것은 “독한 여자라 하지마/ 사랑했으니 책임져' (이정현의 `와') 하는 식의 신세대 정서와는 또 차이를 갖는다.
`왜 하필 나를 택했니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그냥 스칠 인연 한번도 원한적 없어/ 기억하렴 나의 서글픈 모습' (`배반의 장미') 식의 정서는 6집 `퀸 오브 카리스마' 에서도 여전하다.
엄정화의 오랜 파트너인 주영훈이 작사 작곡 편곡을 모두 맡은 타이틀 곡 `Escape' 역시 전통 정서를 간직하고 있다. `얼마나 더 울어야 너를 용서할런지/ 나의 작은 사랑으로는 부족했니/ 모두 가진 너의 그녀는 정말 행복하니.' 사랑에 배신 당한 여성의 소극적이고도 아픈 정서이다.
이런 점은 도발적이고 당당한 신세대 여가수들의 노래와는 차이를 갖게 되는데, 엄정화 노래가 노래방의 인기곡 상위에 랭크되는 것을 보면 그것이 상당 부분 호소력을 갖고 있는 듯하다.
어쿠스틱 기타에 맑은 발성을 담아 신선함이 느껴지는 `Pleasure' 를 제외하면 음반에는 신서사이저를 사용한 하우스 댄스곡이 많다.
테크노 스타일의 `Come On' 을 비롯, `틈' `슬픈 착각' 이 그렇고, 타이틀 `Escape' 에서는 탱고리듬을 가미해 이전의 노래에 비해 한결 트렌디한 느낌을 전달한다.
`여왕벌' `퀸 오브 카리스마' 등 그를 수식하는 말에 비해선 가사나 스타일이 그다지 묵직하지는 않지만 엄정화의 음반 중에선 비교적 베스트로 기록될 만하다. 소매상으로부터 선주문을 40만장이나 받았다는게 기획사의 설명이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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