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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문제는 다시 공적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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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문제는 다시 공적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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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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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루어졌던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이 이제 본격화할 전망이다. 수술의 고통과 휴유증이 쉽게 떠나지 않는 `불만의 겨울'이 눈앞에 닥쳤다.3일 발표되는 부실기업 퇴출이, 동아건설의 퇴출결정에서 예고된대로 `부실기업은 예외없이 정리한다'는 원칙에 따른다면 그 충격과 부작용은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런 충격과 부작용을 단기에 겪어내야 장기에 구조조정이 제대로 된다.

뒤돌아보면 1998년에 정부가 워크아웃제도를 들고 나온 것은 기업구조조정의 정공법이 아니었다. 그러나 경제가 무너져 내리는 듯한 미증유의 상황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기업에 숨돌릴 기회를 준 것은 불가피한 차선책이었다.

문제는 그 후 이 제도가 기업의 자구계획을 차질없이 이행시키면서 한시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는 데 있다.

자구계획이라면 스스로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계획인데 죽으나 사나 자력으로 해야 하는 경우에 비해 일단 살리겠다는 채권단이 있을 때 그 내용과 구성원들의 정신자세가 질적으로 달라지게 마련이다.

채권단은 채권단대로 당장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낮아지고 부실여신이 쌓이는 것을 막기 위해 부실기업을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지원해 주는 상황이 지속돼 왔다.

`좋은 게 좋다'는 정치권을 동원하면 자구계획을 완화해 가면서 계속 손쉬운 지원을 받는 것도 가능한 풍토이다. 워크아웃제도 자체가 이런 도덕적 해이를 낳는 온상이다.

정부가 이번에 온상을 풀어헤치고 워크아웃제도에 한시성을 부과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잘한 일이다.

정부는 앞으로도 부실기업은 퇴출돼야 한다는 자명하고도 초보적인 경제논리를 살려야 한다. 동시에 퇴출과정에서도 어떤 정치논리나 상황논리보다 경제논리를 우선하여 대우그룹 구조조정의 실패를 답습하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 금융권이 기업부실의 하수구가 되어서는 안되며 경영진 종업원 주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의 자기책임원칙이 관철되어야 한다.

이제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은 다시 시작이다. 시작의 도화선은 유감스럽지만 추가공적자금이 맡아야 한다.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부실채권의 멍에를 벗어나야 하는데 기존 공적자금과 금융권의 자체능력으로는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도 뒤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용단을 내려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 동의안에 의하면 금융구조조정을 완결하기 위해 앞으로 50조원이 소요되고 이 중 40조원의 신규조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국회는 국민부담으로 귀결되는 공적자금을 가급적 적게 조성하려는 충정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러나 써야 할 곳에 제대로 써야 금융구조조정이 완성되고 결과적으로 국민부담도 작아진다.

정부가 추정한 50조원에 이번 부실기업 퇴출결정에 따른 추가적인 금융정상화비용을 더한 것이 현시점에서 본 적정 공적자금 규모이다.

정부는 공적자금백서도 내고 매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국회는 철저히 점검하되 추가공적자금을 넉넉히 조성토록 하면서 신속히 동의해 주어야 한다.

부실덩어리 제일은행을 연명시키는데 모두 17조원대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1998년에 제일은행을 퇴출시키거나 옵션없이 단돈 1원에라도 팔았다면 결과적으로는 공적자금을 훨씬 적게 썼을 것이다.

앞으로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을 연명시키는데 쓰지 말고 죽이는 데 써야 한다. 이것이 우리 경제에 새 살이 돋게 하는 정도(正道)이다.

`불만의 겨울'은 진짜 겨울보다 훨씬 길게 마련이다. 이를 감수할 때 우리경제는 선진경제로 도약할 수 있다. 이를 겁낼 때 이 정부는 집권말기에, YS정권에 버금가는 경제위기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안국신ㆍ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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