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만 3명…한상원 정원영에 이적등 합류'국가대표급'밴드 긱스. 한국 퓨전재즈의 양대 산맥인 기타리스트 한상원(40)과 피아니스트 정원영(40), 여기에 베를린공대에서 음향학을 전공한 정상급 세션 강호정(37ㆍ키보드)과 `패닉'의 개성있는 싱어송라이터 이적(26ㆍ보컬)이 합류했으니 그런 칭호를 받을 만도 하다.
차세대 주자 이상민(21ㆍ드럼)과 정재일(19ㆍ베이스)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2년전 `정원영-한상원 밴드'콘서트에서 단박에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기대주이다.
당시 이들은 서울재즈아카데미에서 정원영과 한상원의 제자였다. “원래 `꿈나무'라는 의미에서 얘들만 `국가대표'라고 불렀었지요.”후배들의 뛰어난 실력에 놀라 아예 밴드 이름을 `한상원이 제일 못한다'로 짓자는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긱스에는 `교수님'이 세 명이나 있다. 서울예술대학, 동덕여대 등에 출강하는 한상원, 정원영과 함께 강호정도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교수를 맡고 있다.
하지만 한상원은 오히려 이렇게 말한다. “얘들(이상민ㆍ정재일)이 총장이고요, 적이(이적)는 학과장, 그리고 저는 학생입니다.” 최신 팝스타일의 주법을 오히려 이들로부터 많이 배웠다는 것이다.
따로 또 같이, 이들의 음악은 착착 감기는 맛이 있다. 연주인들이 흔히 하는 말로, 현란한 솔로 애드립은 오히려 쉽다고 한다. 긱스의 연주는 어느 한 사람 독주하지 않고도 노련함과 안정감이 절로 묻어난다.
게다가 장르의 정체성이 다소 모호했던 1집과는 달리 2 집 `GIGS 02'는 블루스면 블루스, 펑키면 펑키의 색깔을 감칠맛있게 구사하며 `이것이 바로 긱스의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적절한 이펙트를 곳곳에 넣어 더욱 사운드가 조화롭게 들린다.
“난 너를 원해 냉면보다 더~난 네가 좋아 야구보다 더…”엽기적일 정도로 솔직하고 재기발랄한 가사의 `짝사랑'은 펑크와 록의 조화에 산뜻한 스크래치가 어우러져 절로 흥이 난다. 소울 발라드 `축복'은 가요의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달리 중첩적으로 전개되면서 가스펠풍의 합창과 기타 솔로가 어우러져 들을수록 고급스럽다.
멤버 모두의 실력이 정상급이라 통상적으로 6개월~1년이 소요되는 녹음기간이 한 달밖에 안 걸렸다. 아방가르드적인 분위기의 `늙은 딜러에게 묻다'는 모든 연주를 단 한번에 끝내기도 했다. `Complex Complex'의 경우, 베이스 테마만 정해놓고 자유롭게 즉홍 연주를 했다.
2집에서 이적의 보컬은 더욱 빛을 발한다. 프린스를 연상시키는 나긋나긋한 탄력과 더불어 파워풀한 사우트 창법까지, 목소리의 영역이 많이 넓어졌다.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노래를 불렀습니다. ”작사작곡과 프로듀싱 전체를 신경써야 했던 `패닉'이나 솔로 때와는 달리 `목소리 실험'을 많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 재즈 기타리스트가 아닙니다. ”밴드활동을 하면서 블루스나 펑크를 연주하고 싶었다는 한상원은 `긱스'에서 그 소망을 이뤘다고 했다. 그를 비롯하여 모든 멤버들이 자신의 활동영역을 한자락씩 접으면서 더욱 완숙한 시너지효과를 보고 있다. 그래서 `긱스'는 `국가대표급'사운드를 낸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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