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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만취 지하철이 다니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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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만취 지하철이 다니는 세상

입력
2000.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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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지하철 기관사가 만취상태로 500명의 승객을 싣고 마구 달렸다. 두 개의 역을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이 기관사는 술에 취해 있었고, 위험을 직감한 한 승객이 기관사를 깨워서 가까스로 정차를 시켰다고 한다.만약 이 승객의 기지(機智)가 아니었다면 어떤 사고가 벌어졌을까. 상상하기 조차 겁나는 일이다. 영화에서나 일어날 일이지 현실에서 있어서는 절대로 안될 일이었다.

음주경위를 조사한 경찰이 이 기관사를 철도법상 업무태만혐의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당국이 경찰의 일반적 사고처리방식과는 다른 각도에서 이 사건을 수습해야 한다고 본다.

항공기 운항에서는 실제로 충돌은 없었지만 비행기끼리 규정된 고도와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여 위험한 상황이 있었을 때 이를 니어 미스(Near Miss) 라 하여 사고에 준하는 경위조사와 대책을 마련한다. 만취기관사의 지하철 운전이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소동에서 두 가지 슬픈 현상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아무리 개인적인 이유일지언정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 기관사가 근무중 술을 마시고 전동차 운전대를 잡을 만큼 직업의식이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둘째, 만취 기관사가 운전대를 못잡도록 하는 예방조치가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는 점이다. 혈중 알코올농도 0.229로 만취상태인 사람이 둘러대는 변명을 수용한 출무점호 담당관의 안이한 자세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따라서 사고기관사의 음주경위를 캐서 벌주는 것만으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음주 등으로 심신상태가 전동차를 움직이는데 문제가 있는 기관사를 발견하여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예방조치를 더욱 확실히 확립하여야 한다.

최근 공무원사회를 비롯하여 직업윤리가 해이해지는 분위기에 편승하여 예기치 않은 대형 사고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시설은 그럴듯하지만 이를 유지, 관리하는 사람들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운영 대신 적당주의에 물들어 있지 않나 하는 징후들이 도처에 있다. 교통당국은 지하철뿐 아니라 자동차 등 각종 육상교통 및 선박 항공기 등의 안전운항에 대한 시스템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점검하고 독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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