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광'피셔 독일 외무장관오로지 나 자신을 위해 달립니다. 나에게 있어 달리기는 일종의 명상입니다.” 지난달 31일 방한한 요시카 피셔(52) 독일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마라톤 광'이다.
피셔 장관은 1일 판문점 방문, 한ㆍ독 외무장관 회담, 김대중 대통령 예방 등 바쁜 일정 속에서도 오후 2시 15분부터 숙소인 하얏트 호텔 주변을 10km 가량 뛰었다. “아무리 일정이 빡빡해도, 직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무리 엄청나도 하루에 10km 정도 달리기를 할 여유는 있습니다.”
녹색당 하원 대표이던 1996년 그는 181cm의 키에 체중이 112kg인 뚱보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1년 뒤 그는 75kg의 날렵한 마라토너로 변했다. 1년 동안 쉬지 않고 달린 결과였다.
피셔 장관은 지난해 발간된 저서 `나는 달린다'에서 달리기는 자아를 개혁하는 과정이라 설명했다. “술과 음식에 찌들어 부풀은 나의 몸은 욕망의 잘못된 표현이었습니다. 나 자신에 대한 완전한 개혁이 필요했습니다.”
외무장관 재임 시절인 지난 해 11월 7일 뉴욕 마라톤 대회에서 3시간 56분 13초로 풀 코스를 완주한 그는 “육체와 운동, 노력과 내적 평온, 나는 이 매일의 체험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 입니다”고 말했다.
노숙자, 방랑자, 거리 화가, 택시 운전사, 헌책방 주인, 공장 노동자, 고급 포르노그래피 번역가, 반핵 운동가. 1983년 녹색당원으로 연방의원이 되기까지 그의 독특한 경력이다. 1960년대는 학생운동이 활발하던 시기,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대학에서 몇 과목을 청강했던 경험이 학력의 전부였다.
극좌파 단체에 참가, 무정부 극좌 혁명을 꿈꾸었던 그는 1977년 적군파(RAF)의 유혈 투쟁에 염증을 느끼고 극좌파와 결별을 선언한 뒤, 1981년 신생 녹색당에 입당, 개혁 정치가로 변신했다.
청바지에 티셔츠, 검은 선글라스를 내려 낀 채 의정 연설대에 올라선 피셔 의원은 단단한 논증과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반어법을 구사하며 명성을 얻었다.
1998년 사민당ㆍ녹색당 연립 내각이 출범하면서 외무장관에 오른 그는 슈뢰더 내각의 가장 성공적인 장관으로 평가 받고 있다. 3번의 이혼 경력을 갖고 있는 그는 22년 연하의 여인을 네번째 부인으로 맞아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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