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체계' 개편안 윤곽금융감독체계 개편논란이 3년만에 재연되면서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동방금고사건을 계기로 금융감독원의 독점적 검사권은 한국은행과 예금보험공사에 일부 분산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금감위-금감원의 분리여부는 노조와 타부처 이해가 크게 얽혀있어 쉽게 결론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감독권 분산
1998년 감독기구 통합이래 모든 감독권은 금감원이 독점하고 있다. 한은은 은행에 대한 최종대부자로서, 예보는 금융기관 파산시 예금대지급자로서, 자료제출요구권과 공동검사요구권 등 간접적 권한은 갖고 있지만 감독권의 핵심인 단독검사권은 오직 금감원만이 행사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자료를 요구해도 금융기관들은 금감원 눈치를 보느라 협조하지 않고, 금감원이 아예 자료제출을 막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기관 감독은 `내 밥그릇'이란 인식이 금감원내에 그만큼 팽배해 있는 것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금감원의 감독권 독점폐해가 드러난 만큼 큰 틀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 감독권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한은과 예보에도 제한적이나마 단독검사권을 부여할 방침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분리냐 통합이냐
금감위와 금감원을 아예 떼어놓을 것이냐, 아니면 하나의 조직(금융감독청)으로 통합할 것인가가 첨예한 논쟁거리다.
이와 관련, 지난달 31일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은 “금감원의 공무원조직 전환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지위를 공무원화할 경우 상당정도의 급여삭감과 신분제약이 불가피해 노조를 중심으로 거센 내부저항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
특히 중앙은행 못지 않게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금융감독기관을 정부기관화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같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금감원을 정부 외청(外廳)으로 만들 경우 과연 `정권의 이해관계'를 떠나 독자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속에 자칫 검찰이나 국세청처럼 `사정기구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도 일본외엔 금융감독기구를 외청으로 두는 나라는 별로 없다.
따라서 현실적 무게는 `분리'쪽에 실리고 있다. 금융연구원 지동현(池東炫)박사는 “의사결정기구(금감위)와 집행기구(금감원)의 장(長)이 같은 상황에선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기관장만 분리해 금감위는 완전한 공무원 조직으로 운영하고 금감원은 민간인 신분을 유지하되 공무원에 준하는 의무와 책임이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금감위원장과 금감원장을 분리할 경우 재경부 금융정책기능까지 금감위로 일원화해 사실상 `금융부'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경우 너무 큰 그림이 된다. 따라서 정부조직 전체를 뒤흔드느니, 어정쩡하더라도 현재의 재경부-금감원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는 게 정부내 분위기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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