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다 부실기업 퇴출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자금시장이 급속히 냉각돼 멀쩡한 기업들까지 `흑자도산'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기업들은 “동방금고 불법 대출 사건에 이어 동아건설 퇴출, 현대건설 1차 부도 등 자금시장에 악재만 가득하다”며 “금융시장이 환란 이후 최악의 상태로 얼어붙었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어음교환액 절반으로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ㆍ4분기 중 기업간 당좌수표 교환 실적은 하루 평균 13건, 4조2,89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건수로는 7.1%, 금액으로는 무려 54.3% 감소했다.
또 어음 교환 규모는 32건, 9조3,14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건수는 2.7%, 금액은 49.2%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당좌수표와 어음 교환 금액이 절반 가량이나 감소했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간 거래가 줄어들어 산업활동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기업 퇴출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최근 들어 자금시장 동맥경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 부도공포 아우성
자금시장에서는 우량 대기업이나 수익성이 공인된 일부 중견기업들 외에는 돈을 조달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정보통신기기를 생산하는 중견기업 G사의 자금담당 김모(46) 이사는 “내수 판매 및 수출 대금으로 원자재 대금을 막는 시스템으로 자금을 운용해왔는데 최근 자금경색으로 받을 돈이 잘 들어오지 않아 매일 수천만원씩 자금수급 불일치(미스매치) 현상이 발생, 부도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자금시장의 지표 금리는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을 기준으로 연 8.6% 수준. 그러나 이는 신용등급 A급 회사의 회사채 금리일 뿐 10대그룹 이하 기업들은 4~5%의 가산금리를 얹어준다 해도 매수자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삼성증권 투자분석팀 김기현(金起賢) 연구위원은 “회사채 시장에서는 국고채와 일부 우량기업 회사채 외에는 거래가 끊긴 지 오래됐다”며 “올들어 여러 번 고비가 있었지만 지금 자금시장은 기업들에 최악의 상황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 은행은 대출기피
요즘 돈이 몰려드는 곳은 은행. 그러나 실적이 좋은 일부 우량기업이 아니면 대출은 엄두도 못낸다. 때문에 급전이 필요한 기업들마다 사채시장까지 기웃거리고 있으나 사채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최근 사채시장에서는 건설업, 섬유업종의 어음은 회사 규모를 막론하고 거래되지 않고 있으며, 이익을 내는 일부 우량 벤처업체들의 융통어음도 연 24% 이상 수준에서 할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규기자 jkpark@hk.co.kr
■중소기업 9월평균가동률 76%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중소제조업체 1,200개를 대상으로 9월중 평균 가동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달에 비해 0.3% 떨어진 76.0%로 세달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또 이에 따른 휴ㆍ폐업체 수도 291개로 전월에 비해 3개 업체가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영상ㆍ통신장비(90.0%), 의료ㆍ정밀ㆍ광학ㆍ시계(86.0%) 등은 여전히 평균보다는 높은 가동률을 보였으나 비금속광물(54.8%), 인쇄출판(66.1%), 의복 및 모피제품(64.8%), 고무 및 플라스틱제품(65.5%) 등은 계속 부진한 상황을 나타냈다.
가동부진 사유로는 조사대상 기업의 55.0%가 내수부진을 꼽았고, 8.2%가 모기업의 수주감소를, 4.6%가 수출부진을 꼽았다.
/박은형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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