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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울한 저축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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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우울한 저축의 날

입력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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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은 제 37회 저축의 날. 최고 저축유공자로 국민훈장을 받은 김상대(金相大)씨는 구두미화원이다. 20여년간 검은 구두약이 말라본 적이 없는 그의 손엔 지금 7,000만원 예금통장과 37평 아파트 분양권, 그리고 명예로운 훈장까지 쥐어져 있다.김씨가 말한 `재산증식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땀흘려 열심히 일하는 것, 그리고 10원을 벌면 9원을 저축한다는 것. 요즘 세상을 들썩거리게 하고 있는 `사설펀드'나 `부띠크' 같은 것을 그는 알지도 못했고, 설령 알았더라도 가입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부(富)가 불균형한 것은 부에 접근할 기회가 불평등하기 때문이다. 힘있는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떼돈을 벌고, 손실이 나도 사적으로 보상을 받는 사회, 더구나 이런 일을 벌줘야 할 인사들까지 불법ㆍ변칙행각에 앞장서는 사회를 김씨 같은 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환란이후 저축률은 계속 떨어지고, 특히 서민ㆍ중산층 저축률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 허리띠를 풀고, 씀씀이가 헤퍼진 탓이라는게 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중산층과 서민들의 `낭비벽'을 탓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

경제적으로 본다면 사람들은 돈을 모으는 기대이익이 지금 쓰는 기회이익보다 클 때에만 저축을 한다. 착실하게 돈을 모아봤자 소용없고, 다른 방식으로 일확천금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하에선 결코 저축은 일어나지 않는다.

저축이 없으면 경제는 `적자'가 된다. 캠페인도, 훈장도 아닌 땀흘린 사람만이 돈을 모을 수 있는 분위기와 기강만이 외면받는 저축을 되살릴 수 있다.

경제부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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