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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단 "더이상현대봐주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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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채권단 "더이상현대봐주기 없다"

입력
2000.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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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의 1차 부도를 방치한 데 이어 출자전환, 법정관리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대책 수립에 착수하면서 전방위적0인 현대 압박에 나섰다.이달 들어 현대의 자구계획 이행이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1ㆍ2금융권이 총 1,400억원의 여신을 회수해간 마당에 뚜렷한 기준없이 `현대 봐주기'를 계속할 경우 나머지 부실기업 처리문제도 형평성시비를 낳는 등 차질을 빚게 된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어떻게 현대건설을 죽일 수 있겠느냐”며 현대 지원방침을 고수해온 정부가 초강경 자세로 선회한 것은 최근 들어 현대가 은행측의 추가 담보 요구 등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 등 `배짱 작전'을 펴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의 고위 관계자는 “(지난 30일) 어음결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임원진과 연락이 제대로 안되는 회사가 어디 있느냐”며 현대의 버티기 작전을 비판했다.

아울러 현대건설이 대주주의 사재출연, 계열사의 자금 지원 등 추가적인 자구계획을 내놓을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도 정부와 채권단의 강공드라이브를 뒷받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계열분리를 명분으로 현대건설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며 “현대건설 회생을 위해 정씨 일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의 추가 자구노력 없이는 당장 3일 만기가 돌아오는 신주인수권사채(BW) 900억원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정부와 채권단은 3일쯤 퇴출대상 기업을 발표하면서 현대건설 문제도 매듭지을 방침이어서 현대에 주어진 시간은 3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현대 반응 - "자구강도 더 높이겠다"

현대는 채권단의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 등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는 대신 자구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지주회사인데다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 등에 처할 경우 현대 일가의 경영권이 채권단 등의 손으로 넘어가게 돼 그룹의 존립기반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대는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과 약속한 대로 일단 자구계획을 통해 부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당장 최종 부도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외환은행측도 현대의 자구계획을 지켜본 뒤 출자전환이나 법정관리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는 “3일 만기가 돌아오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900억원이 11월에 상환해야 할 가장 큰 채권이며 월말에도 통상 1,500억원 정도의 어음 등이 돌아오는데 이는 해결할 자신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채권은행들이 회사채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고 회수만 계속할 경우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없을 것”이라고 채권단에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건설에 따르면 올들어 5월까지 1,730억원의 차입금을 회수한 제1ㆍ2 금융권은 자금난이 표면화하기 시작한 6월부터 9월까지 4개월간 무려 6,100억원을 회수했다.

자구노력으로 자금을 만들어 놓으면 채권단이 대부분 회수해 가버리기 때문에 자금 사정이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채권단에 대한 현대의 불만이다.

현대는 “현대건설의 자금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자구노력이 계속되고 있어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오너들의 사재출연을 포함한 자구노력의 강도를 계속 높여나가겠다” 고 밝혔다.

현대는 이와 함께 장부가격이 6,000억원에 이르는 서산간척지도 동아건설의 김포매립지처럼 정부나 토지개발공사 등이 적정한 가격을 제시한다면 매각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그룹 비상불구 MH 뭐하나

현대건설이 1차 부도를 겪는 등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그룹의 실질적인 오너인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은 지난 4일 해외출장을 나간지 한달이 다되도록 모습을 내비치지 않고 있다.

현대측은 일본에 출장중인 정 회장이 이번 주에 귀국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때늦은 감이 있고 현대 내부에서 조차 정 회장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김재수(金在洙) 구조조정위원장과 김윤규(金潤圭)현대건설사장이 유동성 위기를 넘기기 위해 팔방으로 뛰고 있지만 오너의 사재출자 등을 결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대의 한 관계자는 “통상 200억원 규모이상의 자금을 움직일 때는 오너의 결제를 받아 왔다”고 털어놓았다. 따라서 하루빨리 귀국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이번 부도를 막아주는 대신 정 회장의 남은 주식을 담보로 내놓으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사재라고 해봤자 건설주식 7.82%, 상선주식 4.9%, 전자주식 1.7% 등이다. 주가가 폭락해 톡톡 털어봤자 1,000억원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따라서 1조원대를 넘는 자구를 실천하는데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현대건설 창업자인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도 현대건설의 1차 부도소식에 실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명예회장은 TV를 통해 1차부도 소식을 접한 뒤 구조조정본부 등에 전화를 걸어 내용을 꼼꼼히 물어보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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