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 민주 양당 후보들은 30일 상대방의 거점을 공략하는 적극적인 유세행군을 벌였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이날 민주당의 아성인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회심의 공략에 돌입했다.무려 54명의 최다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는 캘리포니아주는 그간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10%포인트 이상 우세를 지켜왔으나 최근 격차가 5~7%선으로 줄어들자 공화당은 대역전의 기적도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존 맥케인 상원의원과 함께 이날 오후 부유층 집단거주지인 버뱅크시에서 시작한 유세에서 부시 후보는 “정치적 식견이 높은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더 이상 클린턴-고어의 8년집권이 연장돼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후보는 또 “고어 후보가 재정흑자를 들먹이지만 그 돈은 바로 유권자들로부터 쥐어짜낸 것으로 결코 정부의 돈이 아니다”며 고어의 고세율정책을 비난했다. 부시는 이틀이나 짬을 내 캘리포니아 종주유세를 펼 예정이며 이번주에만 300만달러어치의 TV광고도 퍼부을 계획이다.
이에맞서 고어 후보는 이날 위스콘신주를 시작으로 혼전중인 5대호 일대 중규모주에 대한 공략에 나섰다. 고어는 농민과 노동자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 지역의 특성을 겨냥, “부시의 정책은 대기업과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며 “누가 과연 일하는 사람을 위해 싸울 것인지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고어는 명문 미식축구팀 팩커스의 고장인 그린베이시에서는 “현재의 상황은 풋볼에 비유하면 마지막 터치다운을 눈앞데 둔 시점”이라며 “미국의 위대한 번영을 위한 최후의 공격에 힘을 보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여론조사결과, TV토론 이후 시작된 부시우세 현상이 비록 오차범위내이기는 하지만 고착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유에스에이 투데이/갤럽이 지난 24~29일까지 6일간 지지율 평균치(오차범위 ±2%포인트)를 내 이날 공개한 결과 부시 후보가 48%로 43%의 고어 후보를 5%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CNN은 이 기간에 부시가 연속 6일간 48% 이상 지지율을 기록한 반면 고어 지지율은 43%에 불과했다며 이런 안정세는 부시가 세차례 토론대결 이후 확고한 우위를 점했음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MSNBC와 로이터의 24~30일간 1주일 지지율 평균은 부시 43.71%, 고어 43.57%로 별 차이가 없었다.
CNN/유에스에이 투데이/갤럽 3사의 30일자 추적조사에선 부시 47%, 고어 44% 였으며, MSNBC/로이터는 부시 45%, 고어 42%였다. 그러나 MSNBC와 로이터, 세인트 루인스 포스트-디스패치 등이 지난 27~29일 예상투표자 600명씩을 대상으로 경합 9개주의 후보별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이들 주에 배정된 대통령 선거인단 153명중 고어가 87명, 부시가 66명씩 나눠가질 것으로 추산됐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막판 후보사퇴 절대 없다"
올 대선에서 녹색당후보로 출마, 2-5%의 지지율로 선전하는 바람에 대선결과에 주요 변수로 등장한 왕년의 소비자운동 기수 랄프 네이더후보는 30일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기업의 정치자금에 물든 공화, 민주양당후보들을 거세게 비판한 후 "막판에 후보를 사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를 어떻게 보나.
"이번 뿐 아니라 미국선거는 거대기업의 정치자금으로 부패할 대로 부패해졌다. 나의 출마는 기업과 정치의 유착과 선거제도의 부조리를 폭로하기위한 것이다. 현재의 승자독식방식으로 각 주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하게 돼 있는 현 선거제도는 정치신인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당신은 유세중에 민주당은 나쁘지만 공화당은 더 나쁘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결과적으로 조지 W. 부시후보의 당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앨 고어가 낙선한다면 몇주전 앵커맨 데이비드 레터맨이 지적한 대로 내가 그이 표를 빼앗아가서가 아니라 그 자신이 그이 표를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정부를 대기업에 팔아먹었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대기업에 대한 당신의 비판적 시각과는 달리 미국인들은 대형백화점을 찾거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식축구등에 열광한다. 현재의 과격한 행동대신 정부각료에도 참여하는 독일의 녹색당처럼 노선을 바꿀 생각은 없나.
"미국은 내각제 국가가 아니어서 연정참여가 불가능하며 현재의 선거제도에서는 의회에 진출하기도 대단히 어렵다. 때문에 지금의 운동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공화, 민주당의 대규모 광고공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민주당의 경우 미시건주에서만 우리당의 전체 선거자금과 맞먹는 무려 600만달러를 광고비용으로 사용했으며 공화당은 이보다 더 하다. 정치광고는 민초들에게 정치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전달하기보다는 순간적 이미지만들 쏟아붓는 다는 점에서 그 해독이 막심하다"
-지난 선거에서 클린턴 당선의 1등공신은 로스 페로후보라는 평이 있다. 올해도 그같은 지적이 나오는데 고어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할 의향은 없는지.
"내가 고어후보의 표를 잠식했다는 설은 잘못됐다. 조사에 따르면 내 지지자들중 40%가 민주당원이고 20%는 공화당원, 40%는 무소속이다. 후보사퇴는 결코 안한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상원선거 열기' 대선 못잖다
11월7일에는 대통령뿐 아니라 연방상하원, 주상하원, 주지사 등도 동시에 선거가 실시된다. 정원 100명에 임기6년인 상원은 2년마다 3분의1씩 나누어 선거가 있다. 올해는 34명이 대상이다.
현재 상원 의석분포는 공화당 54석, 민주당 46석으로 여소야대다. 민주당은 다수당 탈환을 위해 전력투구중이다.
이번 선거대상인 의석분포는 공화당 19석, 민주당 15석이다. 민주당이 현의석을 고수하고 공화당으로부터 5석만 탈환하면 51대 49로 다수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후보들이 선전중이긴 하지만 3~4석 밖에 늘리지 못해 다수당 탈환은 여의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악의 경우 4석을 늘려 50대 50 동수를 만듦으로써 당연직 상원의장인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면 여소야대를 극복할 수 있다고 전망하지만, 이는 대선에서 앨 고어-조지프 리버만의 승리가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가장 관심거리는 뉴욕주에 출마한 힐러리다. 힐러리는 당초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벌였지만 줄리아니가 지병으로 낙마하고 신예 릭 라지오 연방하원의원이 대타로 나서는 행운에 힘입어 당선권에 접근해있다.
코네티컷주 상원의원직에 동시출마한 리버만도 흥미거리다. 리버만은 현재 압도적 인기도를 유지하고 있어 당선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부통령에도 당선되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이 경우 주지사가 후임자를 임명한다.
공화당 소속 현 주지사는 리버만이 부통령에도 당선될 경우 공화당원을 임명할 예정이다. 때문에 의석 하나를 거저 공화당에 내줄 것을 우려한 민주당 지도부가 리버만의 의원후보 사퇴를 종용했으나 부통령 낙선에 대비한 리버만의 욕심을 꺾지 못했다.
^미주리주에 출마했다가 지난주 비행기사고로 숨진 멜 카나한 미주리 주지사(민주당) 파장도 주목대상이다. 후보교체 마감이 지난 뒤 카나한이 숨지는 바람에 민주당은 카나한의 부인 진을 대체후보로 지명했다.
미주리주법에 따르면 사망 등 유고에 처한 후보가 다수표를 받을 경우 차점자가 당선되는 게 아니라 주지사가 후임을 임명토록 돼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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