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정현준 게이트'를 계기로 금감원에 대한 대대적인 쇄신책을 강구할 모양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오늘 국무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철저한 의혹 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금감원의 조직과 기능 개편의 검토 지시를 내릴 것이라고 한다.금감원의 '드러난 부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5월에도 또 다른 국장과 신용금고 업자간에 거액 뇌물수수사건이 있었다. 그럼에도 똑 같은 형태의 비리가 쳇바퀴 돌 듯 하니, 딱한 노릇이다. 이처럼 곪아 터지기 전에 진작 쇄신책을 서둘렀어야 했을 일이었다.
금감원 직원들은 이번 사건 또한 특정 간부나 일부 조직원에 국한된 개인 비리로 일축하고 싶을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검찰의 수사 결과도 정치ㆍ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그런 식으로 매듭지어 질지 모른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각은 이와 다르다. 금감원의 조직 문화와 시스템 전반에 근본적인 하자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금감원 직원들이 "왜 싸잡아 욕하느냐"고 반발하는 것은 책임의식의 결여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래서는 결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조직으로 거듭 날 수 없는 것이다.
국민과 시장이 사시로 바라보는 한 금감원의 어떤 정책도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금감원 직원들과 정부는 깊이 유념해야 한다. 이미 해외에서 한국의 구조조정 등 개혁정책에 대해 시선이 싸늘하게 돌아가고 있는 마당이다. 늦어도 한참 늦은 만큼, 금감원의 쇄신은 과감하게 이뤄져야 한다. 과거 흔히 그랬듯이 사람 몇 명 바꾸고, 부서조직을 이리저리 잘라내고 갖다 붙이는 식으로 겉포장만 달리 해서는 또 다른 비효율성과 낭비, 시장의 혼란만 일으킬 뿐이다.
무엇보다 업자와의 유착 소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제도적 방화벽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것이 급선무다.
무자본 특수법인의 반관반민 형태인 조직성격을 정식 공무원 조직으로 바꾼다느니, 인ㆍ허가권을 넘긴다느니 하는 갖가지 방안들이 정부내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하는데, 역시 관건은 부패와 비리를 감시하는 내부 감찰 시스템의 강화인 것이다.
스스로 조직을 정화하는 자율 시스템이 먼저 구축되지 않고서는 어떤 외부 감시와 견제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다.
금감원의 개혁은 이번 사건의 내부 연루자들을 한 점 의혹 없이 말끔히 도려내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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