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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조훈현ㆍ조치훈 시대는 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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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의 관전노트] 조훈현ㆍ조치훈 시대는 갔는가

입력
200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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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제31기 명인전 도전 5번기가 끝났다. 결과는 이미 보도됐듯이 조훈현 도전자의 참패. 이창호 명인에게 0대 3 스트레이트로 무릎을 꿇었다.조 9단으로서는 올들어 처음 맞은 도전 기회였기에 선전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이제 조훈현도 한물 간 모양”이라는 실망의 소리도 귀에 들린다.

공교롭게도 일본의 조치훈 9단도 비슷한 사정. 1년까지만 해도 기세이, 메이진, 혼인보 등 3대 타이틀을 한 손에 거머쥐고 일본 열도를 호령했던 그가 어느 틈에 7대 타이틀을 하나도 보유하지 못한 사실상의 무관 상태로 전락했다.

조훈현 역시 명목상으로는 패왕과 바둑왕 등 2개 타이틀 보유자로 되어 있지만 바둑왕전에서는 일찌감치 1회전에서 탈락했고 패왕전은 올해부터 연승전 방식으로 바뀌어 전기 우승자의 프리미엄이 없어졌으므로 사실상 무관이나 다름 없다.

한때 국내 기전 전관왕을 구가하면서 통산 151개 국내외 타이틀을 획득했던 화려한 전력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 20여년간 한국과 일본을 무대로 세계 바둑계를 주름잡아 온 두 바둑 천재가 새천년에 접어 들면서 약속이나 한 듯 나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두 기사의 올해 전적은 부진하기 짝이 없다. 조훈현이 24승 21패로 ~m 률 53%에 그치고 있고 조치훈이 24승 26패로 아예 반타작도 안 된다.

더욱 한심한 것은 대국 내용이다. 초반에 상당히 유리했던 바둑을 결정적인 순간에 어이없는 실착으로 망쳐 버리는 사례가 잦다. 두 기사 모두 전성기 때는 전혀 볼 수 없던 현상이다.

과거 조치훈은 100수도 채 두지 않은 상태에서 마지막 1분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추호의 흔들림도 없이 정확한 수읽기로 일관, 오히려 시간이 많이 남은 상대를 당황케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요즘은 어떻게 된 일인지 제한시간을 한참이나 남긴 채 무력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목숨을 걸고 둔다'는 말로 대변되었던 조치훈 특유의 끈질긴 투혼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조훈현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속기파인 사람이 최근 들어 소비시간이 점점 줄어 들고 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착수의 치열함과 날카로움이 무뎌졌다.

40대 중반의 나이에서 오는 체력 저하와 집중력 감퇴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겠지만 지난해부터 인터넷 사업 경영 일선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이 승부 호흡 조절에 부정적인 영항을 미치는 것이 아닐까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숱한 환희와 좌절의 순간을 겪어온 그들이 이대로 무력하게 무너지리라고 속단할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세월의 무게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는 법.

이제 40대 후반을 향하고 있는 두 바둑 천재가 다시 한번 화려하게 나래를 펴고 하늘 높이 비상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릴지 궁금하다. /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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