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산 자락에 불을 밝힌 카지노에는 대박을 좇아 천리 길을 달려온 갬블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과장되긴 하지만, 서부 개척시대 골드 러시가 재연된 듯한 묘사다.지난 주말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문을 연 내국인 출입 카지노에서 벌어진 북새통을 전한 기사의 첫 머리다. 폐광촌을 살리기 위해 내국인용 카지노를 허가할 때부터 논란된 부작용이 어김없이 나타난 것이다. 물론 카지노가 성공해야 폐광촌이 그나마 회생할 수 있으니 소동을 탓할 수 만은 없다.
폐광지역 대책이 적중한 것을 즐거워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소동이 당초 우려한 정도를 크게 넘어선다는 사실이다.
700명을 수용하는 카지노에 5,000명이 미리 몰려 난리치고, 밤새워 기다리던 600여명은 직원들과 멱살잡이까지 했다고 한다. 일요일에도 사정은 비슷해 인근 지역 숙박업소 객실까지 동났다니, 카지노 열풍이 산골을 휩쓴 셈이다.
이 어이없는 소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단풍놀이철이 겹쳐 호기심에 끌린 사람들이 몰린 일시적 현상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수백만원씩을 들고 달려온 30ㆍ40대가 많았다는 사실은, 자나깨나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 세태의 반영으로 보기에 큰 무리가 없다. 경기침체로 의욕을 잃고 방황하는 자영업자 등이 허가된 도박장에 몰린다니, 대범하게 넘기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3,000만원을 미리 맡겨야 하는 VIP 도박장에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이 몰렸다는 가십에 있는 게 아니다. 시중의 도박을 처벌하는 나라에서 결국 이렇게 한탕주의를 조장하는 도박장을 허가한 것이 옳은가를 새삼 회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국민의 세금을 축내지 않고 폐광촌을 되살리는데 카지노가 안성맞춤이고, 카지노에서 패가망신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의 책임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천민 자본주의를 흔히 '카지노 자본주의'로 지칭하는 것은 시사적이다.
이런 사회들이 모두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적 경제와 빈부 격차, 범죄 만연 등의 폐해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정선 카지노 주변에도 벌써 각종 이권을 노린 조직 폭력배가 몰려 든다고 한다.
고한읍에 내걸렸다는 플래카드 문구처럼 '건전한 카지노'이용을 외치면서, 시간이 흘러 카지노 열풍이 진정되기만을 기다릴 것인가. 정부가 폐광지역 대책을 다시 심사숙고하길 바랄 뿐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