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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發 환란'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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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發 환란' 주의보

입력
200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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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각국의 통화가치 폭락사태로 외환위기 확산에 대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30일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태국과 필리핀,인도네시아등 동남아 3개국은 정치 불안과 경제정책 실패로 97년 위기 이래 통화가치가 연일 최저치(환율상승)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실물경기의 급랭,과도한 금융·기업부실,감독체계의 기능 마비 속에 외국인 증권투자자금마저 순유출세로 반전되는 등 1997년과 유사한 상황을 맞고 있어 3년 만에 금융위기가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97년 상황과의 유사점

"현재 환율이 실질환율에 가깝고 자본자유화 정도가 낮아 급격한 환율변동이나 자본유출은 없을 것입니다." 연초 달러당 840원이던 환율이 915원까지 치솟았던 1997년 10월 중순, 당시 국가 경제를 진두지휘하던 재정경제원측은 동남아 외환위기가 우리나라에도 전염되지 않을까라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장밋빛 전망으로 일관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0년 10월.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3국의 통화가치 폭락세가 수개월째 이어지면서 태국의 바트화 폭락에서 시작돼 결국 우리나라까지 전염됐던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경고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경우 지난해 연말 대비 통화가치가 21%이상 떨어졌으며 필리핀 페소화와 태국 바트화도 각각 19%, 14%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시장국에 대해 '동반 평가절하'를 일시에 자금을 빼내갔던 97년의 상황이 재연될 수도 있는 형편이다.

중남미의 아르헨티나도 최근 경제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등 세계적으로 신흥시장국 경제가 동반 악화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아직 크게 우려할만한 규모는 아니지만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이 순유출로 돌아선 것도 97년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올들어 8월까지 119억 7,000만달러가 순유입 됐지만, 9월 9억3,000만달러 순유출로 돌아선데 이어 이달에도 26일까지 2억7,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여기에 주식시장 침체, 금융당국의 부패사건 연루, 기업 자금난 가중, 구조조정 지연 등과 함께 내년부터 시행되는 전면 외환자유화까지 가세할 경우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외경제 정책연구원 권경욱 연구원은 "97년 당시에도 정책 당국자들이 관리, 감독 기능은 소홀히 한 채 장밋빛 전망만 내놓다가 결국 낭패를 당했다"며 "여러가지 징후가 좋지 않은 만큼 경계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97년 상황과의 차이점

하지만 외환 당국 관계자들은 "97년과는 경제의 펀더멘털이 완전히 다른 만큼 외환위기가 재연도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일단 97년 동남아 경제위기는 만성적인 경상수지 적자 등 순수한 경제적인 요인에 의해 촉발된 것이었지만 현재의 경제위기는 정치적 불안으로 확대재생산된 것이기 때문에 '전염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필리핀의 경우 조지프 에스트라다 대통령의 부패사건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고, 인도네시아와 태국도 각각 부패 스캔들과 11월로 예정된 총선을 앞둔 정치적 불안이 기폭제가 됐다.

97년 외환위기가 도미노 현상처럼 급격히 확산될 때와 달리 현재는 각 국이 충분한 외환보유고를 갖추고 있고 경상수지도 흑자기조를 유지하는 등 대외적인 리스크 요인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당시처럼 통화가치에 대해 투기적 공격을 당할 가능성도 크게 줄어들었다.

당시 외환위기를 겪었던 대부분의 나라들이 준고정환율제를 유지해 투기공격의 집중 대상이 됐지만 최근에는 모두 시장수급을 제대로 반영하는 변동환율제로 전환함으로써 투기적공격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국제금융센터 전광우소장은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직격탄을 맞을때는 아닌것같다"며 "신흥시장국 전체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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