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표의 투표율을 올려라.”혼전중인 미 대선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공화, 민주 양당은 전통적인 지지그룹의 기권방지가 승부를 가름할 것으로 보고 투표율 올리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전문가들도 올 선거처럼 경합이 치열할 경우 각 당의 지지기반의 투표율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피선거권 자격을 취득하더라도 선거인명부에 등록해야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투표자등록 때 소속정당도 등록토록 되어있다. 지지정당이 없으면 무소속등록도 가능하다. 전국적으로 보면 공화, 민주, 무소속 비율이 각각 3분의 1 씩 비슷한 비율로 구성돼 있다.
빌 클린턴이 당선된 지난 2차례 선거결과를 분석해 보면 민주당소속 유권자들의 투표율이 공화당보다 높았다. 클린턴의 연속 당선에는 민주당원의 열성도가 큰 몫을 한 셈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여론조사에 따르면 8년간의 집권에 민주당원들이 방심한 데 비해 공화당원들은 정권탈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어서 공화당원들의 투표율이 앞설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앨 고어 후보진영은 최근들어 전국의 당 조직과 외곽지지단체들을 통해 노동계, 소수인종, 노인ㆍ 부녀자층 등 친민주당 그룹의 ‘기권방지 캠페인’에 열성이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지난 주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노동자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최대 노동기구인 미노동총연맹 산업별회의(AFL-CIO)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고어 후보는 29일 디트로이트시에서 흑인목회자들을 대상으로 한 유세에서 “흑인 여러분의 한표가 21세기 미국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며 흑인들의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이날 주일을 맞아 워싱턴 일대의 흑인지역 교회 두 곳을 순회하며 “나의 과업을 계속하려면 앨 고어 부통령이 최선”이라고 강조하고 흑인들의 기권방지를 역설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지난 주 전 당원들에게 투표참여를 촉구하는 다이렉트메일과 E-메일을 일제히 발송했다.조지 W. 부시 후보는 이번 주 캘리포니아주로 날아가 이 지역의 판세를 좌우하고 있는 히스패닉계를 중점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부시 후보는 또 존 맥케인 상원의원이 골수 공화당원들에게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점을 감안, 선거전까지 동반유세를 벌여 당원들의 투표참여를 촉구할 계획이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美대선 8대 변수는?
미 대선의 막판 변수는 무엇일까. 외신들은 후보자의 성품 등 8대 변수가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간 오차범위내 승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어리숙한 부시' 매력 작용
▲성품
부시는 국내 주요 정책이나 외교를 잘 모르는 어리숙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이런 점이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친근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반면 고어는 국내외 이슈에 정통한 똑똑한 인물로 인식되고 있지만, 잘난 체하는 인상이 마이너스 요소로 거론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의 ‘지퍼 게이트’와 ‘선거자금 스캔들’은 고어에게 부담이지만, 그의 경제치적은 플러스 요인이다.
체니 "선거영향력 부족" 評
▲러닝메이트
고어는 유대인으로 클린턴에 비판적인 조지프 리버만 코네티컷 상원의원을 영입, 신뢰성과 화합의 이미지를 제고했다. 부시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은 비중은 있지만 선거에는 영향력이 적다는 평이다.
사형 집행 145건 '입방아'
▲주지사 부시
고어는 부시가 텍사스 주지사 시절 교육과 공해정책에 실패했다고 집중 부각시키고 있지만, 부시는 이를 반박하고 있다. 부시가 주지사로서 승인한 145건의 사형집행에 대해서도 유권자들은 인권유린과 법질서 확립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고어 "낙태는 여성의 권리"
▲낙태
고어는 낙태를 여성의 선택적 권리라고 강조하고 있는 반면, 부시는 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보수층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다.
부시 당선땐 복지후퇴 우려
▲과세
고어는 재정흑자를 의료보험, 환경, 대학 교육 등에 지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부시는 우선순위를 성장기업 세금감면 등에 두고 있어 유권자들은 그가 당선될 경우 복지예산 삭감을 걱정한다.
고어, 학교감독기구 설립추진
▲교육
고어는 연방차원의 학교 감독기구 설립 등 정부개입정책을 펴고 있으나 부시는 사립학교 학부모에게 학비의 일부를 보조하는 ‘바우처계획’을 지지하는 등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외교정책 선거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으나 중동 사태 등이 이슈화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공화당이 미국의 이익을 보다 잘 대변할 것으로 보지만, 후보 개인으로는 고어의 외교정책 역량을 높이 사고있다.
부시 "의보는 낡은 정책"
▲의료보험
고어는 처방약의 비용을 통제하고 보험혜택의 확산을 위해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공약을 내세워 노년층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부시는 고어와 비슷한 정책을 내세우지만 의료보험을 낡은 정책으로 규정, 퇴직자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고어 외교정책 역량 우위
▲외교정책
큰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으나 중동사태 등이 이슈화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공화당이 미국의 이익을 보다 잘 대변할 것으로 보지만, 후보 개인으로는 고어의 외교정책 역량을 높이 사고 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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