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함 채우는 사랑이 작은 삶을 큰 삶으로...우리 주위엔 더러 남보다 작거나 부족하게 지니고 태어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바로 그 결핍의 각성 위에 '작은 것'을 더욱 소중하게 가꾸고 '모자람'을 크게 채워 넉넉하고 아름다운 삶을 이룬 이들도 있다.
에세이집 '내 생애 단 한번'(샘터 발행)을 쓴 장영희 서강대 영문과 교수의 삶이 그러하고, 그 글의 내용이 그런 창조적 삶의 이야기이다.
육신의 활동을 평생 목발에 의지해온 저자의 허심탄회하고 진솔한 이야기는 우리 삶의 결핍이 자신뿐만 아니라 남의 삶의 결핍, 나아가 인간 살이의 보편적 결핍을 편견 없이 살피고 그 모자람을 채워나갈 밝은 지혜와 삶을 열어나갈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야기들은 대개 그 자신이나 가족(글 속에서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 자매들은 그의 삶과 사랑의 아름답고 감동적인 텃밭이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이나 동료, 친지처럼 매우 가까운 이웃들과의 따뜻한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그의 지성과 인간미 넘치는 눈길 그리고 깔끔하고 맛깔스런 문장들과 어우러지면서 더없이 넓고 큰 목소리의 세상 이야기로 바뀐다.
나아가 그 이야기들은 그가 지금껏 만나온 여러 영문학 걸작품들의 감동과 향기가 뒷받침되어 우리 삶과 세상을 밝히는 귀중한 지혜의 보석들로 결정(結晶)된다.
그리하여 시종 어떤 아름다운 영혼의 숨결과 향기가 느껴진다. 그의 이야기들 속에는 우리가 제대로 값을 찾지 못했거나 누리지 못해온 이런저런 삶의 명제나 덕목들, 이를테면 자유나 정의, 생명과 죽음, 희망과 용기, 하늘과 지상, 성과 속, 심지어 젊음과 만남과 이별, 눈물, 분노들에 이르기까지, 그의 많은 문장들은 차라리 하나의 잠언처럼 읽힌다.
어둠을 밝음으로, 좁음을 넓음으로, 낮은 것을 높음으로, 작은 삶을 큰 삶으로 바꾸어가는 그의 이야기들은 그러나 또한 그의 재기 넘친 유머와 짧고 경쾌한 글솜씨로 하여 부질없이 무겁지 않고, 이 지상의 삶과 세상에 대한 깊은 사랑의 눈길로 인해 더없이 즐겁고 푸근하게 읽혀진다.
자신을 삶의 한 결핍의 기호로 내세워(실은 참사랑의 씨앗으로 삼아!) 그것을 자신과 가까운 이웃들의 삶 속에서 부끄럼 없이 채우고 한층 높고 값진 삶을 창조해 나가는 이 책의 이야기들이야말로, 수많은 결핍을 치유하고 더 높은 창조의 활력으로 삼기에 충분한 한 편의 사랑의 전도서라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글 속에 그것이 이미 똑똑히 드러나 있지만, 우리 삶이나 세상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는 그것을 말한 사람 자신이 지닌 만큼밖에 말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을 지니지 못했거나 모자라게 지닌 사람의 이야기는 절대로 이렇듯 감동적일 수 없기 때문이다.
소설가 이청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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