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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소액주주들 "대주주 전횡 못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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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기업 소액주주들 "대주주 전횡 못참겠다"

입력
2000.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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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와 경영진의 전횡으로 인한 피해를 소액주주만 앉아서 당할 수는 없습니다.’벤처기업 소액주주들이 주주모임 결성과 경영참여ㆍ감시활동을 통한 ‘개미 권리찾기 운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현준(32)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의 불법대출 사건을 계기로 상당수 벤처업체에서는 소액주주들이 별도의 소주주모임을 결성, 사업 및 재무현황 자료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 업체에서는 경영감시 활동은 물론 경영참여를 선언한 경우도 생겨났다.

최근 ‘정현준ㆍ이경자 의혹사건’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평창정보통신 소액주주들은 30일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회사경영에 참여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평창 소액주주 5,000여명은 28일 대표단 회의를 갖고 30일부터 회사의 주요문서 및 자산업무를 인수하고 업무결재권 행사에 참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기존 경영진의 경영책임과 개인비리를 조사, 추궁하고 경영진 행사에까지 제약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소액주주들은 비대위 서류작업과 출장업무 등을 도와줄 자원봉사자를 자체 모집하고 매달 2차례 이상 주주간담회를 개최키로 했다.

다른 벤처업체에서도 사업성과 및 재무구조에 대한 상세자료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이 최근 급증, 경영진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리눅스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이전에는 단순히 주가하락에 항의하는 주주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정현준 사건 이후에는 매달 실적동향과 리서치결과 등 경영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소액주주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귀띔했다.

각 회사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개미들의 돈으로 대주주 배를 불리느냐” “경영진을 형사고발하자” “당신들도 정현준과 한패거리 아니냐”는 등 경영진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들끓고 있다.

외자유치와 증자, 회사의 사업전망 등에 의문을 제시하고 반박하거나 경영진의 사생활과 개인비리를 폭로하는 글까지 쇄도하고 있다.

경실련 경제민주화위원회가 이달 중순 개설한 ‘집단소송제 사이버서명’ 사이트에는 지난주부터 방문자가 쇄도, 4,000여명이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등 소액주주의 권리를 인정해 달라”고 서명했다.

벤처업계에서는 개미군단이 주식만을 보유한 단순투자자가 아니라 회사경영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주주로 변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소액주주가 뭉쳐야 회사가 산다” “개미는 회사의 중심” 등 애사심을 호소하는 글들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인 ㈜이큐더스 남상용 이사는 “소액주주 운동의 활성화로 인해 증권정보사이트상 종목별 소액주주 모임은 물론 소액주주 사이트를 운영하는 벤처회사도 급증하는 추세”라며 “개별적으로 방문해 자료를 열람하기도 하고 소모임별로 자료발송을 요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벤처업계의 소액주주 운동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 이은영부장은 “소액주주들의 활발한 경영참여 움직임에도 불구, 개인의 힘만으로는 투자피해를 구제받고 경영진에게 압력을 가하기는 힘든 실정이므로 집단소송제와 집중투표제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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