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영화를 본 관객들은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말한다. 영화가 재미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극장에 몰린다. '쉬리' 열풍이 불더니 지금은 '공동경비구역JSA'가 화제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는지 관객 동원 기록이 깨졌다. 서울에서만 개봉 47일만에 200만명을 돌파해서 28일 서울극장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축하할만한 일이다.■영화팬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쉬리가 재미있느냐, JSA가 더 좋으냐?" 어느 자리에서 들은 얘기이다. "그래도 쉬리가 낫지요. 수많은 사람이 모인 축구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긴장된 장면들과 헐리우드 수준의 총격전이 생생하지요.
남녀간의 사랑이 깔린 줄거리가 좋잖아요?" "JSA는 진지한 소재를 흥미있게 풀어나가는 과정이 일품이지요. 왜 사람들이 몰리겠어요. 잘 만든 영화니까 보러 오지요."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어느 한 분야만 잘해서는 결코 좋은 영화가 완성되지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보편적인 주제 위에 다양한 줄거리를 잘 엮어놓은 시나리오가 있어야 되고, 상상력이 풍부하면서 예술성과 재미를 혼합하여 작품을 이끌어내는 감독이 존재해야 한다.
아름다운 화면을 잡아내는 촬영기사들의 역량과 함께 온갖 소품이 제대로 준비되어야 배우의 연기력이 돋보이게 된다. 자본도 있어야 되고, 또 선전도 기발나야 관객이 온다.
■이제 우리 영화도, 호젓한 들판 거친 땅에서 들국화가 피어나듯,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서 관객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외국영화가 압도하는 상황은 어찌 할 수 없지만 조금만 더 감싸주면 열정적인 영화인들이 우리 문화를 한 단계 더 높여줄 날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시가 28일 국회 문화관광위 이미경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 의무 상영일수를 지키지 않아서 행정조치를 받은 서울 시내 영화관이 42%나 된다고 한다. 한국 영화의 중흥시대가 눈앞에 보이는 이 시점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거친 조건을 극복하는 과제는 결국 영화인들의 몫이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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