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정부가 발표한 2단계 기업지배구조 개선안은 외형부터 '반족 개혁'에 그쳤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실질을 들여다보면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 소액주주 보호 등 정부가 표방한 개혁의지 자체가 실종됐다는 지적이다.논란의 핵심인 집중투표제는 도입을 포기하고, 집단소송제는 어정쩡한 단계, 연차적 도입을 택한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용두사미식 개선안을 내놓은 것은 무엇보다 경제계의 반발 때문이다.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도가 기업 경영의 안정성과 기업 가치를 해칠 것이란 반대명분을 이기지 못한 결과다.
따라서 부작용을 겁내 절박한 개혁 자체를 포기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특히 경제계가 내세우는 부작용 가운데 설득력이 낮은 주장도 적지 않아, 학계와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일정지분 이상을 모아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어, 대주주가 이사선임을 독점하는 구조를 실질적으로 바꿀 수 있다. 또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는 기어 허위,부실공사와 분식회계 등 불법 행위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 가운데 한명이라도 손해배상 소송을 내 승소하면, 모든 피해주주가 함께 배상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 두 제도는 세계은행(IBRD)이 지난 6월 한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도입할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법무부가 국내 법무법인 등에 의뢰해 나온 용역보고서도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집단소송제 도입을 권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정을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이사회가 다수파와 소수파로 나뉘어 경영이 마비될 것이란 반대논리를 수용, 현재 기업 정관에 따라 소액주주들이 집중투표제를 요구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정관에 집중투표제를 규정하려면 전체지분의 3분의 1일 필요, 사실상 개선 효과는 없다는 지적이다.
집단소송제가 소송사태 유발, 기업에 막대한 소송부담과 주가폭락을 초래할 것이란 재계쪽 논리를 그대로 받아 들이는 것도 문제다. 재계는 집단소송이 많은 외국의 예를 들지만, 개선안에 포함된 집단소송제는 대상이 증권관련 허위공시와 분식회계 등의 불법행위에 국한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학계와 시민단체는 피해 투자자들이 개별적으로 수십, 수백건의 소송을 내는 지금보다 집단소송제가 오히려 투자자 보호와 소송비용 절감 등에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한다.
이런 논란 속에 '집단소송제는 법체계를 흔든다'고 반대한 법무부가 최종안을 마련하게 돼 있어 한층 후퇴한 법안이 나올 것이 우려된다. 학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이 문제가 아니라, 그토록 떠든 재벌개혁과 기업 투명성,경쟁력 제고는 공염불이 될 것이 걱정되는 것이다.
여러 집단의 이기적 저항을 넘어서는 정부의 개혁실천 의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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