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한 관료주의 행정이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광우병(BSE) 및 광우병의 인체감염 형태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의 확산을 초래한 것으로 밝혀졌다.2년6개월간의 조사를 거쳐 26일 발표된 영국 광우병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광우병의 인체전염 가능성을 감지하고 있었으나 발표를 미루거나 늑장대응을 했다.
보고서는 농업부가 이미 1987년 인체감염 가능성을 깨닫고 있었다고 밝혔다. 농업부는 소고기 수출과 정치적 파장을 고려해 6개월간 이사실을 감췄고 한 축산전문지가 이를 보도하려는 것도 막았다.
농업부는 이듬해 보건부 광우병조사단인 사우스우드 위원회가 구성될 때까지 인체감염 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인계하지 않았다. 사우스우드 위원회는 광우병은 양에서 발견되는 뇌질환인 스크리피병에서 전염된 것이며 인체감염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을 내렸다.
1990년대 초반부터 인체전염의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들이 속속 보고됐지만 정부는 국민에게 알리지 않은 채 “쇠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홍보했다. 1996년에야 광우병의 위험성을 통보받았을 때 국민들은 심한 배신감에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앞서 1988년 광우병 오염가축이 사료원료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해 동물성분 사료를 금지하는 법이 마련됐지만 1995년까지 시행되지 않아 결국 치명적 변종이 등장하는 길을 터주었다. 또 1989년부터 오염가능성이 있는 고기부위를 식품에서 제외하는 법이 시행됐지만 척수를 누락시키는 결정적 실수를 저질러 인체전염을 유발하게 됐다.
닉 브라운 농업장관은 26일 vCJD으로 사망한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수백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에서는 현재까지 85명이 vCJD에 감염됐으며 이 가운데 80명이 사망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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