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에서 부진을 보인 한국축구대표팀에 대한 논란은 어느 때보다 뜨겁다. "저래서 2002년 월드컵에서 16강에 가겠느냐"는 우려도 있고, "그래도 밀어줘야 한다"는 지지론도 있다.지금 한국축구의 문제는 무엇일까. 열렬한 축구팬 신동일(신일고 교사)씨와 전문가 신동성(한국체육과학연구원 연구처장)씨가 만나 팬과 연구자의 시각에서 한국축구의 문제를 짚어 보았다.
-아시안컵에서 4강이면 그리 나쁜 성적은 아닙니다. 그런데도 대표팀이 비난받는 원인, 그리고 한국축구의 문제는 무엇입니까.
▲신동일=대포팀이 불신받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대가 너무 크기때문이 아닐까요. 올림픽 8강이나 월드컵 16강에 갈만한 축구문화를 갖고 있지 못한데 기대수준을 높였고 이것이 비난의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종환, 차범근, 허정무 등 모든 감독들이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못미쳤기에 과도한 비난이 나온것입니다. 또 2002년 월드컵에 대한 기대와 일본과의 비교도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신동성=기대도 기대지만 우리 현실은 기대에 어긋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도자의 자질문제가 가장 크다고 봅니다. 우리 지도자들은 축구와 관련된 과학적 이론을 모르고 있고 과거의 경험만 갖고 지도합니다.
축구에 대한 이론을 선수들이 이해할 때 경기력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자가 축구에 대한 이론이 없기 때문에 (좋은)선수도 없는 것 입니다.
-축구에서 이론이 그렇게 중요합니까.
▲신동성=우리 선수들은 경기력의 기복이 심합니다. 잘 할때는 잘 하지만 체계적인 팀과 만남면 경기를 잘 못 풀어 갑니다. 그것은 (과학적) 예측을 통한 반응동작을 해야 빠른 경기를 할 수 이쓴데 지도자들이 (이론이 없어)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심리적 효과를 심어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가 공을 받아서 한 명을 보고 패스할 때 걸리는 방응시간은 0.2초 정도입니다 그러나 패스 대상자가 둘, 셋으로 늘어난다면 그때마다 0.15초씩이 늘어납니다. 우리 선수들이 실제로는 외국선수들보다 빠르면서도 플레이속도가 느린 것은 과학적 훈련이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이론을 모르기 때문에 공을 잡으면 어디에 주어야 할지, 어디로 움직여야 할지 모릅니다. 에기치 않은 위기상황에서 대처능력이 없는 것도 마찬가지 원인입니다. 또 한가지 예를 들면 논스톱 슛의 골성공 확률은 68%입니다. 만약 투터치로 슛을 한다면 확률은 20%, 3번의 터치때는 7%로 떨어집니다.
우리 선수들은 이런 이론을 몰라 논스톱 슛을 할 마음의 준비를 못하는 것입니다. 축구인들의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고 말합니다. 물론 그럴 수 있지만 이론없는 실기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우리축구는 한계에 와 있습니다.
-그렇다면 허정무감독이 바뀌면 문제가 해결될까요.
▲신동성=그런 것은 아닙니다. 감독중에는 허정무 감독이 제일 낫다고 생각하지만 (과학적 이론단게까지는)기대에 못 미친다는 것입니다. 외국감독들도 이론을 갖춘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다만 이론은 없어도 기초단계부터 잘 습득이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일본선수들은 예측을 통한 반응동작을 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좋은 경기를 하는데 비해 우리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 지도자들은 (학자들의 얘기를 듣지 않는데) 귀를 열어야 합니다.
▲신동일=저는 외국인감독이든 한국인 감독이든 한번 뽑았으면 끝까지 밀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뽑았으면 의심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적에 연연하고 참을성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축구인들의 단결이 아쉽습니다.
▲신동성=스타플레이어 위주로 지도자를 뽑는 것도 좋지 않은 풍토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를 많이 배출한) 정종덕 건국대 감독은 스타플레이어 출신이 아니기에 프로감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은 톱플레이어 출신의 감독이 15%밖에 안됩니다.
-2002년 월드컵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우리 축구는 어떻게 해야합니까. 또 16강에는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신동일=그 질문에 앞서 2002년이 끝난 뒤에 우리는 축구를 안할 것이냐고 묻고 싶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2002년 월드컵만 중요하고 이후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월드컵은 우리가 전용구장을 많이 갖게 되고 경기경험을 축적하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월드컵을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지 16강이상의 성적을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학교축구의 잘못된 점, 완벽한 리그제의 구축 등 제도적 개혁이 오히려 시급합니다.
▲신동성=전적으로 동감입니다. 하지만 잔칫상을 벌려 놓았으면 체면치레는 해야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16강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현제체제로는 16강이 불가능합니다. 최소한 축구에 대한 이론을 선수들에게 교육시키고 선수들이 그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지금 우리 선수들은 오늘 어떤 훈련을 하는지 내용도 모르고 훈련장에 갑니다. 그런 상황서 무슨 훈련이 되겠습니다.
적어도 코너킥에 대한 훈련을 한다면 오른쪽 코너킥시 득점확률이 76%, 왼쪽에서 24%이며 따라서 왼쪽 수비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등의 이론과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훈련효과가 큰 법입니다.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는 그러한 이론적인 개념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차이에서 생기는 것입니다.
▲신동일=이를 위해서 축구협회가 표준전술교범 같은 것을 일선학교에 보급해서 어떤 선수든, 또 어느 지도자밑에서 배우든 전술적 개념을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일본의 전술프로그램이 그렇게 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우리의 경우 지도자에 따라 포지션별 역할이 크게 달라져 대펴선수들 조차도 플레이에 혼란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축구는 단지 경기력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팬과 축구문화, 언론 등 주변 환경적 여건도 취약합니다. 선진축구를 위해 어떤 것을 고쳐야 합니까.
▲신동일=팬들은 이기면 열광하고 지면 비난합니다. 한 마디로 우리 팬들은 종합적 시각이 부족하빈다. 이런 점에서 언론이 방향을 제시해야 하지만 이 부분도 미흡합니다.
언론은 현상을 방영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고착시키고 편견을 강화하는 역할도 합니다. 한국축구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는 더욱 두드러진 현상입니다.
아름다운 축구, 패배에 박수치는 축구를 위해 팬, 축구인, 언론이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의 레저 문화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향락산업이 너무 발달되어 있습니다. 정부가 생활환경 주변에 스포츠시설을 많이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 5일 군무가 정착된다면 일반인이 스포츠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와 시설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그런 토양이 마련돼야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클럽시스템이 탄생될 수 있습니다.
▲신동성=생활체육예산은 배로 늘어나지만 정작 청소년과 시민들이 즐길수 있는 공간은 보족합니다.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책적으로 건전한 레저생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시설 등의 투자가 따른다면 축구환경도 좋아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동일=또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축구문화가 성숙된 사회는 정치가 예술가 기업가 등 사회지도층이 모두 축구애호가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명문고교가 축구를 안해서인지 (지도층의 관심을)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대중의 관심은 높지만 조직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관심이 비난이나 욕설로 나타날 뿐, 애정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진행,정리=글 유승근 기자
신동성(申東成)
1949년생.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처장겸 경희대 대학원 겸임교수. 서울대 사범대 체육과를 나와 80년 12월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창설을 이끌었으며 82년부터 축구전문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을 역임. 축구관련 저서에 `과학적 축구' `축구선수를 위한 트레이닝 방법' `축구선수를 위한 컨디셔닝' 등이 있다.
신동일(申東一)
1956년생. 신일고 국어교사. 고려대 국문과를 나와 배화여중 교사를 거쳤다. 94년부터 PC통신 하이텔 축구동호회 활동을 시작으로 축구와 직접적인 인연을 맺었다.
97년 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 악마' 창단 고문역을 맡아 축구응원문화 조성에 많은 역할을 해왔다. 그는 평소 축구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으며 축구이론에도 밝은 열렬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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