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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기호학, "내가 알기쉽게 들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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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해한 기호학, "내가 알기쉽게 들려주지"

입력
2000.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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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 개념과 역사/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광현 옮김기호학은 일반 독자들에게는 아직도 낯설다. 세상살이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이 기호학을 다룬 책은 왠지 멀리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저자가 저명한 기호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움베르토 에코(68ㆍ사진)라면, 그래서 그의 `장미의 이름'이나 `푸코의 추'같은 장편소설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친근감의 정도는 달라질 것이다.

`기호 개념과 역사'(열린책들 발행)는 에코가 1972년에 쓴 책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돼 출간된 에코의 기호학 입문서다. 국내에 소개된 `일반 기호학 논고'(1975)와 `소설 속의 독자'(1979), `기호학과 언어철학'(1984)의 사상적 근원이었던 이 책을 우리 말로 읽을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이탈리아어 초판 출간 당시 저자가 기호학의 대중화를 위해 소개한 일화부터 음미해보자. 파리를 여행하던 이탈리아인 시그마씨가 갑자기 `복부에 통증'을 느꼈다.

그는 이 `복부에 통증'을 `속쓰림'이나 `위경련'또는 `설사'로 규정한다. 이후 그가 파리의 전화번호부에서 찾은 의사의 전화번호는 `01-43-26-00-19'이다. 이는 의사가 거주하는 특정 국가나 지역, 건물을 의미한다. 에코는 이 `속쓰림'이나 `01-43-26-00-19'등을 `기호'로 정의~um 다. 기호란 `두 주체 사이에서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과정과 상징'이라는 것이다.

에코는 이후 기호에 대한 엄정한 정의서부터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 기호의 체계까지 논의 영역을 넓혀간다. 언어학에도 자주 등장하는 `시니피앙(significant)'과 `시니피에(signifie)'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신화에만 등장하는 `일각수(一角獸)'의 경우, 시니피엥으로서 일각수는 종이에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존재이고, 시니피에로서 일각수는 실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쾌한 논리다.

물론 책 후반부에 등장하는 기호학의 철학적 문제라든가 기호의 생성양식 등은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이고 따라서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더욱이 최근의 에세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며 화내는 방법'에서 보여준 기발한 위트와 발랄한 상상력을 기억하는 독자에게는 건조하기만 한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난해할 것만 같았던 기호학의 윤곽을 그려보는 데서, 우리는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만족을 맛보게 된다.

김관명기자 kimkwm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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