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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 '정현준 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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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밸리 '정현준 쇼크'

입력
2000.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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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부도 어디" 촉각…인근 술집·식당 썰렁대표적인 벤처기업가로 명성이 높았던 정현준(鄭炫埈?32) 한국디지탈라인 사장의 불법대출 및 로비의혹으로 인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 나가면서 서울 강남 테헤란밸리에는 철 이른 한파가 몰아닥쳤다.

더구나 한국디지탈라인이 IMF이후 코스닥 벤처기업으로는 첫 부도사례라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을 일부에서는 `연쇄부도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며 전전긍긍해 하는 분위기다.

◇ `다음 부도는 어디' 루머 만발

26일 테헤란밸리에는 “어느 기업이 위태롭다더라” 등 루머가 꼬리를 물고 나돌았고, 직원들은 저마다 자기 회사의 연루 여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A사 김모(29)대리는 “사세확장에 나섰던 인터넷 대표기업인 모회사가 최근 적자의 늪에 빠져 위험하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말했고, B사 이모(33)과장은 “벤처 1세대인 모기업이 연말에 갚을 부채가 800억원에 달해 부도위기에 봉착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 관계자들은 “손실이 나기는 했지만 현금 조달력이 충분한데도 이상한 소문이 나돈다”며 흥분했다.

C사 권모(32)과장은 자금시장이 더욱 악화해 부도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 사이비벤처 책임론도

D사 이모(29)대리은 “올해 초까지 주식거래로 수백억대 재산을 모은 `코스닥 졸부'들이 많았다”면서 “이들은 기업인수등 `몸집 불리기'에 열중한 사이비 벤처인”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업체 E사 유모(37)사장은 “상당수의 벤처기업이 본업은 제쳐놓고 머니게임에 관심을 가지는 벤처캐피탈의 행태까지 보였던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기술로 무장한 진짜 벤처만 살아남는 등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F사 신모(32)과장은 “'정현준게이트'는 허황된 욕심과 일부 관리들의 타락이 빚은 닷컴 참사”라며 “밤샘 도전하는 `참벤처인'을 위해서라도 썩은 기업은 도려내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업계내에서도 자정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술집도 분위기 썰렁

이번 사태는 인근 술집ㆍ식당 등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역삼동 모룸살롱 한모(38)사장은 “테헤란밸리 술집들은 지난 여름부터 불황이 시작, 대부분 업소가 아가씨를 줄이는 등 안간힘을 쓰고 버텨왔다”며 “이번 사태는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한숨을 쉬었으며, 인근 단란주점 이모(35)사장도 “문닫을 일만 남았다”고 걱정했다.

대치동 모단란주점 여종업원 박모(23)씨는 “직장을 그만둔다, 비전이 없다는 등 불만 많은 손님들 뿐”이라며 “술자리 분위기가 썰렁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팍스넷등 인터넷 주식사이트에는 투자자들의 한숨과 분노의 글이 쇄도했다. 디지털라인 소액주주라고 밝힌 주부는 “한때 5만원을 홋가하던 주식이 15분의 1토막으로 떨어진데 이어 이제는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고 분개했으며 또다른 투자가는 “2년내 큰 장 없다. 개미군단은 모두 떠나자”는 글을 띄웠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송기희기자 b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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