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지탈라인(KDL) 사장 정현준(鄭炫埈ㆍ32)씨가 비밀리에 `그룹 기획조정실' 역할을 하는 별도의 개인사무실을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서울 강남구 청담동 `K부티크' 건물 3층에 위치한 70여평 규모의 이 사무실은 지난해 초부터 운영됐으며 정씨는 이 곳에서 10여명의 비서진과 함께 사설펀드를 포함한 투자금 조성과 운용 등 20여개 계열사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KDL 직원들은 “정 사장은 한달에 한두번 출근하는 정도였다”면서 “그런 사무실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게 됐고 비서들의 면면도 전혀 모른다”고 말했다.
또 “정 사장이 이사회의 결의없이 임의대로 법인도장을 사용해왔기 때문에 수백억대의 사설펀드 운용 등도 그 곳에서 결정된 것 같다”면서 “정상적인 회사 경영은 정 사장의 대학 후배인 경영본부장 이모씨가 담당했다”고 말해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했다.
정씨는 이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특히 보안에 신경을 썼던 것으로 보인다.
1,2층에 위치한 K부티크 매장 직원들은 물론 다른 층 직원들도 “정씨 등과 얘기를 나눈 적이 없었고,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도 몰랐다”면서 “낮에도 외부 창에 커튼을 드리운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도 대로변이 아닌 주택가와 학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건물 알림판에 KDL이라는 회사명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벤처기업 사무실이 들어설 만한 곳은 아니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얘기다.
현재 이 사무실은 KDL이 최종 부도처리된 21일 정씨와 비서들이 자취를 감춘 뒤 문이 굳게 잠긴 채 사실상 폐쇄된 상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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