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여태껏 발표된 노래 중 `엿먹어라(Fucked up!)는 말이 가장 많이 나오는 노래일 것이다. “신사 숙녀 여러분, 초코렛 불가사리와 핫도그 맛나는 물을 소개해 드리죠/ 에이 엿먹어라/ 자자 내 말좀 들어봐 꿈도 아버지도 경찰도 X세대도 다 엿먹어라” (`hot Dog' 중) 이 노래는 `엿 먹어라'는 말과 어울릴 수 있는 말은 다 들어다 욕을 해대고 있다.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흑인들이 힙합으로 한풀이를 하고 있다면, 주먹질도 제대로 못하는 더 한심하고 불쌍한 백인의 음악이 `핌프 록'이다. `핌프(Pimp)'는 뚜쟁이, 포주, 악당이라는 뜻이다. 록도 메탈도, 힙합도 아닌 이 장르를 두고 경멸적으로 `아무하고나 들러붙는다' 는 뜻으로 붙인 말이 `핌프록' 이다. 못났으면 겸손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나 쓰레기다. 어쩔래” 하는 것이 바로 핌프록의 정서이다.
서태지 컴백이후 핌프록은 마치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음악으로, 그리고 그 선봉에 림프 비즈킷(Limp Bizkit)' 이 서 있는 것으로 부풀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그들은 핌프록을 세계적으로 알린 선봉장이기는 하되, 이제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아무 영화에나 사운드트랙을 끼워넣는 상업적 매커니즘을 잘 이용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림프 비즈킷은 1994년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친구와 친척들로 결성된 4인조 밴드였다.1995년 이들 동네에 그룹 콘(Korn)이 공연을 왔고, 문신하는 일로 반 백수 상태이던 리드 보컬 프레드 더스트가 `콘' 베이시스트인 필디 아비주에게 문신을 해준 것을 계기로 메이저 레이블인 인터스코프에서 데뷔앨범 `Three Dollar Bill Y'alls'를 발매할 기회까지 갖게 됐다. 프레드 더스트는 현재 음반사 부사장이다. 그리고 `하우스 오브 페인'의 멤버 DJ리썰이 합류하면서 현재의 5인조 라인 업이 형성됐다. 이들을 최고 인기 밴드로 태어나게 해준 2집 `Significant Other' 는 미국에서 600만장이 팔렸다.
전작에 비해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Hold On' 의 몽환적 분위기, 아프리카 북소리를 연상시키는 `Full Nelson', `Livin' It Up'에서의 힙합듀오 에릭 비&라킴의 `My Melody'와 이글스의 `Life In The Fast Lane' 샘플링 등. 능숙해진 느낌이다. 지금 미국에선 흑인의 뿌린 힙합의 씨앗을 백인 래퍼 에미넴이 과실로 거두는 분위기이고, 림프나 콘의 인기도 나날이 상승중이다. 불만이나 울분의 음악 조차 이제 백인의 몫이 되버리는 것인가.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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