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류역류' 쉬커감독 인터뷰“홍콩의 스필버그라고요? 글쎄 제작 겸 감독이라는 점에서 외형적으론 비슷하게 보일지도 모르지요.”
`촉산' `황비홍' `천녀유혼'의 감독, 열악한 홍콩의 영화 제작 방식을 헐리우드 수준으로 끌어올린 제작자이기에 쉬커(徐克 50) 감독에게는 그래서 이런 별명이 따라 다닌다. 그러나 그는 스필버그와는 좀 다른 것을 지향하는 것처럼 보인다.
할리우드 자본으로 홍콩에서 촬영한 영화 `순류역류(Time And Tide, 11월18일 개봉)'의 감독과 제작가로 23일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오우삼 감독과 함께 `할리우드행' 홍콩 감독인 그는 “오우삼의 영화는 낭만적인 느낌이 강한 반면 자신의 영화는 좀 가벼운 편”이라고 분석했다.
`순류역류'는 전직 킬러와 바텐더 출신 사설 경호원의 우정과 대결을 그린 영화로 허무주의적인 전반부의 나레이션과 완급 조절이 탁월한 액션 장면이 인상적이다.
“액션은 다루는 방식에 따라 그 양상이 확실히 다르다. 시간대(Time Zone)을 파괴하는 일은 영화적 리얼리즘을 구현하는 아주 재미있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현실에서 1초나 2초 동안 일어난 일도 영화에서는 1시간씩 늘릴 수 있다.
영화 줄거리는 이 방식을 통해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전달 될 수도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적 긴장과 이완의 조절이다.”
그래서 그는 영화적 캐릭터를 구현하고 영화 언어를 이미지로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인 히치콕을 가장 존경한다. 영화에는 하루 밤 실수로 동성애자인 여형사가 아이를 낳게 되고, 이 여성을 아이 아버지가 그림자처럼 돌보는 설정이 돼있다.
“도덕, 가치, 규정, 터부 이런 것이 대체 우리 인생에 무슨 영향을 미칠까 하는 의문으로 설정된 상황이다. 좀 다른 각도로 인간의 화합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중국에서 100여 편이 만들어졌다는 `황비홍' 에 도전, 때론 귀엽기 조차한 중국의 영웅상을 새로 만들어낸 그의 저력이 느껴진다. 이전 영화들이 너무 `정상적' 인 것에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청나라말, 정치적 혼란기의 영웅에 대한 새로운 해석에 한 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는 것이다.
할리우드에서 `더블팀' `넉 오프' 등 액션영화만 만들었다. “제작사의 의사인가, 당신의 고집인가” 라고 묻자 “장 클로드 반담이 나를 택한 것” 이라는 `겸손 반, 회피 반' 의 답변에 이어 “에로틱한 멜로 영화도 구상중” 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에 있는 중국 여성소설가 역서(亦舒)에게 시나리오를 부탁해 놓았다고 했다. “18년 후에 다시 찍는 영화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 기획한 `촉산' 리메이크도 완성 단계이다. 겸손으로도 냉소로도 들리는 듯한 독특한 말투의 쉬커 감독에게 `정상' 은 폭력 혹은 상투의 다른 표현인 듯했다.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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