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마녀 사냥을 중단하라.'12월 초 체결될 예정인 사이버범죄에 대한 국제조약이 세계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의 컴퓨터 보안전문가와 해커들이 이번 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대회를 갖고, 미국과 유럽 41개국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국제조약에 대한 반대의사를 천명할 계획이다.
앞서 미국, 영국, 프랑스, 불가리아 등 28개의 국제 사이버 권리 조직은 18일 유럽의회에 사이버 범죄 조약을 재고할 것을 청원한 바 있다.
지난 4월 유럽의회에서 처음 작성돼 10월 2일 수정안이 공개된 `사이버범죄에 대한 국제조약 초안'은 범죄적 의미의 해킹 뿐 아니라 순수한 의미의 해킹활동까지 불법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 같은 논란이 일고 있다.
조약 초안은 인터넷을 통한 아동포로노 유포, 신용카드 사기, 타인의 정보 절취, 기업 컴퓨터 서버 마비 등의 범죄행위에서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의 결점을 공개하는 것 역시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조약은 또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하거나 접근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도구를 제작하거나 유포하는 것도 범죄시하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법률 전문가인 제니퍼 그라닉은 조약 초안에 따르면 소프트웨어에 어떠한 결함이 있는지를 공개하는 버그트랙(BugTraq), 엔티버그트랙(NTBugTraq)의 활동 역시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보스톤의 컴퓨터 보안전문가인 스코트 브레이크는 “조약은 컴퓨터 보안 연구활동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비난했다. 컴퓨터 전문가와 순수한 해커들은 이번 조약으로 정보절취나 시스템파괴 등 범죄행위와 해체와 분석을 통한 프로그램 연구를 의미하는 순수한 해킹간에 의미 차이가 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조약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ISP)와 네트워크 관리자가 모든 네트워크의 활동에 대한 상세한 기록을 보존함으로써 경찰 수사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 광범위하게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다른 컴퓨터에 열려진 접속부가 있는지를 찾아내 접속하는 대중적 해킹도구인 엔맵(nMap)에 대해서도 네트워크 관리자에게만 예외적은 사용할 수 있도록 조약이 규정, 컴퓨터 보안전문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암스테르담 대회에서는 조약에 대한 반대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해커들간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극단적인 대조이지만 미국의 해커들은 10대에다 염색한 신참자들이 웹사이트를 망가뜨리고 결국은 법정에 서거나 운이 좋으면 컴퓨터 관련업체에 스카우트되지만, 유럽의 해커들은 범죄집단에 의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험한 게임을 하기도 한다.
또 독학으로 공부한 미국의 해커들은 자신의 실력을 검증하기 위해 단순한 해킹프로그램으로 웹사이트를 망가뜨리는 경우가 많은 반면,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으나 구식장비를 갖고 있는 유럽의 해커들은 정치, 종교, 문화 등 자신의 신념이나 필요에 의해 독창적인 방법을 사용, 미국의 해커보다 좀더 고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기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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