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의 맹주자리를 다퉈온 한국과 사우디 아라비아가 26일 밤 10시45분(한국시간) 2000 아시안컵 축구대회 결승 진출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인다. 두 팀은 아시아축구의 자웅을 다투었던 1990년대 극동과 중동의 대표주자였다.80년 1월 사우디 전지훈련(한국 3_0승)서 처음 격돌한 이후 3승4무3패로 호각세를 보였을 정도로 두 팀의 실력은 팽팽했고 경기는 항상 명승부로 평가받았다. 90년대 두 차례 경기도 모두 무승부였다.
그러나 이번에 두 팀은 `동병상련'의 처지에 몰렸다. 예선서 나란히 1승1무1패로 부진했고 8강전서 연장 골든골로 가까스로 4강에 올라 `아시아 양강'의 체면을 잃었다.
사우디는 감독까지 경질했고 한국 역시 여론이 좋지 않다. 따라서 두 팀의 4강전을 치르는 심정은 비슷하다. 반드시 상대를 제물로 삼아 결승에 올라야만 상처입은 자존심을 치료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에 패배를 안긴 쿠웨이트가 사우디에 져 4강진출에 실패했다는 사실. 경기스타일면에서 한국은 조직력과 스피드를 앞세우는 쿠웨이트가 부담스럽다. 반면 사우디는 개인기 위주의 팀으로 기동력과 투지를 앞세운 한국축구를 껄끄러워 한다.
중앙공격 위주의 사우디를 이끄는 선수는 알 자메르와 알 메샬. 쿠웨이트전서 2골을 넣은 미드필더 알 템야트도 경계대상. 중거리슈팅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 미드필드에서도 섣불리 선수들을 방치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사우디는 약점도 있다. 기본적으로 4-4-2 전술을 사용하는데 쿠웨이트와의 8강전에선 지난해 브라질이 쓴 2-4-2-2라는 독특한 포메이션을 선보였다. 하지만 양풀백이 미드필드진에 가세하면서 측면에 잦은 허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허정무 감독은 좌우 윙백 이영표 강철의 측면돌파에 승부수를 걸 계획이다.
투스트라이커엔 설기현과 유상철을 선발 출장시키고 오른쪽 무릎부상에 시달리는 이동국을 상황에 따라 투입한다는 복안. 플레이메이커에는 이란전에서 뛰었던 윤정환과 컨디션이 좋은 노정윤중 한 명을 생각하고 있다.
허 감독은 “사우디는 중앙수비에 치중하기 때문에 양 측면을 적극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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