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미국이 관계 정상화를 완성한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다음달 18일께 종전 이후 미국 대통령으로서 첫 하노이를 방문하는 것은 최종 화해에 이르는 확인 수순이다.1995년 공식 수교에 이어 지난 7월 13일 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급물살을 탔던 양국관계는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를 두 달여 앞두고 그 동안 양국 사이 남겨두었던 보상문제 등을 타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트남 정부는 이미 클린턴을 맞기 위한 화해 분위기 조성에 들어갔다. 판투이탱 베트남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미국의 베트남 전쟁에 대한 보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미국의 보상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상호이해와 관계증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통크게'답변, 클린턴의 짐을 덜어주었다.
그는 “베트남이 주장해 온 전쟁에 대한 미국의 보상은 물질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이고 인간적인 것이며 특히 고엽제 피해에 대해서는 정신적ㆍ도덕적인 측면에서의 치유노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입장은 “고엽제가 지금까지도 암, 면역결핍질병 및 기형아 출산의 주 원인”이라며 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던 과거의 주장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미국과의 관계증진을 위한 베트남의 자세를 엿볼 수 있다.
베트남이 종전의 입장에서 큰 양보를 하면서 클린턴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는 것은 무엇보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베트남은 1980년대 말부터 개혁ㆍ개방인 `도이 모이'를 추진하고 1995년에는 미국과 수교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사정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7월에 미국과 5년여 끌어오다 체결한 무역협정으로 1,000억달러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클린턴이 현직에 있는 동안 미국과의 정상교역관계(NTR)를 얻어내고 내년 초에는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라는 추가선물도 받아내려는 의도도 있다.
미국으로서도 동남아에 새로운 교두보를 확보, 거대한 시장과 정치ㆍ군사적 실리를 챙길 수 있게 됐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월남전 징집기피자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던 클린턴이 베트남 수교에 이어 본격적으로 두 나라의 관계정상화를 이루어 놓고 물러나게 된 것은 중동사태로 궁지에 몰린 그에게 한반도평화정착과 함께 주된 치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아직 확실히 매듭짓지 못한 전쟁보상문제나 미국이 여전히 강조하는 노동자의 권리보호와 정치적 자유확대 등이 핫이슈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운 중국과 베트남의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 지도 과제로 남아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