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많은 부분 스포츠의 속성을 갖고 있지만 동시에 비(非) 스포츠적인 속성도 강하다. 골프를 잘 하기 위해선 부단한 기술적 육체적 훈련을 해야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훌륭한 기술과 신체조건을 갖추었다고 해도 흔들림 없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신력을 연마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부분의 스포츠에서 승리란 경쟁자를 물리쳐야만 얻을 수 있지만 골프에서는 경쟁자가 아닌 자신을 극복함으로써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골프는 마라톤, 사이클, 철인경기와 흡사하다. 직접 몸으로 부딪히지는 않지만 참가한 선수는 모두 물리쳐야 할 경쟁자다.
그러나 이 경쟁에서 가장 큰 적은 바로 자신이다. 최후의 승리를 위한 치밀한 전략을 짜고, 자기 나름대로의 페이스와 리듬을 유지하며, 내부에서 솟구치는 좌절과 분노, 자만과 우월감, 매 순간의 갈등과 싸워 이겨야 한다. 결정적 패인은 바로 내부로부터의 적에 무릎을 꿇는 것이다.
골프매거진 최신호에 따르면 골프는 당구, 자동차경주, 체스와도 비슷하다. 즉 위치의 게임이라는 점에서 골프는 당구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당구선수는 한번에 한 개의 샷으로 그치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여러 개의 볼을 하나하나 치면서 다음 볼을 다루기 좋은 위치로 이동하는 방법으로 게임을 운영한다. 골프 역시 경기에 앞서 혹은 매홀 티잉 그라운드에서 홀까지의 공략루트를 정해 다음 샷을 하기 좋은 위치로 볼을 보내는 게임이다.
골프는 또한 자동차경주와 비슷하다. 강력한 힘으로 출발선을 튕겨 나와 전방의 장애물과 진행방향을 고려하여 자동차의 속도를 조절하며 결승점을 향해 달려가듯 코스마다 그 특성에 맞는 적절한 공략법을 구사하며 홀에 도달하는 게임이다. 이때 과감성과 노련함, 겸손함이 조화를 이뤄야 함은 물론이다.
골프는 침묵의 게임이란 점에서 체스와 비슷하다. 골퍼는 공격자이고 골프코스는 방어자이다. 골프코스는 공격자의 접근을 방해하는 갖가지 장애물과 해저드 등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말이 없다.
공격자는 코스 속에 숨어 있는 여러 가지 미세하고도 신비한 요소들을 간파하여 가장 적절한 전법을 찾아낸다. 이 모든 것은 침묵 속에 이뤄진다. 그것은 바로 구도의 길이나 다름없다.
골프는 치는 사람의 인간성을 시험하는 게임이지 과연 이 사람이 운동선수인가를 시험하는 게임이 아니다.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