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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발레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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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성발레의 자존심'

입력
2000.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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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상 받은 발레리노 이원국“이 상은 문화관광부가 주기전 이미 관객이 그에게 주었던 상입니다.”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이원국 (33)이 문화의 날인 20일 젊은 예술가상을 받자 한 관객이 국립발레단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축하의 글이다.

그의 무대를 지켜본 이들은 누구나 이에 공감할 것이다. 남다른 진지함과 열정, 섬세한 표현력과 빼어난 기량으로 그는 한국 남성 발레의 정상에 서 있다. 평론가들은 한국 남성발레의 역사를 이원국 이전과 이후로 구분한다.

그는 발레가 테크닉의 쇼가 아니라 예술임을 보여주며 한국발레의 수준을 끌어올린 주역이다. 그의 등장으로 희소가치로 또는 화려한 테크닉으로 발레리노를 평가하던 때는 끝났다.

그는 노력하는 무용수이다. 다른 단원들이 모두 퇴근한 늦은 밤이나 휴일에도 연습실에서 홀로 연습을 한다. 해외공연이나 지방공연 때 한 방을 쓰는 후배가 “이원국 선배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잠이 들고 아침에 눈을 뜬다”고 할 만큼 지독한 연습벌레이다.

쉴 때도 항상 거울이나 유리창에 자신의 몸을 비춰보며 자세를 다듬는다. 180Cm의 큰 키에 잔 근육과 섬세하게 발달한 조각처럼 아름답고 단단한 몸매는 끝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이원국을 “자기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고 철저한 무용수, 발레에 관한 한 누구보다 진지한 예술가”라고 평한다.

자신과 치열한 싸움을 계속하는 그의 모습은 때로 남들이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다. 자나깨나 발레 생각 뿐, 쇼팽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것 외엔 별다른 취미도, 애인도 없다.

야구나 축구, 스모를 볼 때도 선수들의 움직임과 근육상태를 발레동작에 견주어 비교하곤 한다. 발레는 그의 운명처럼 보인다. 그를 완전 연소시키는 열정이다.

“무대에 모든 것을 쏟고 나면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가끔 연습이나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면 갑자기 주위가 캄캄하게 느껴지곤 한다. 아무도 없고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는, 허탈감보다 심한 무엇이 엄습한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발레에 모든 것을 걸 수 밖에 없다. 나는 발레를 위해 태어났다.”

그는 남보다 한참 늦은 고 2 때 발레를 시작했지만, 타고난 재능에 힘입어 놀라운 속도의 성장을 보였다. 4년 만인 대학 2년 때 동아콩쿠르 대상을 받았다. 대학 4년 때부터 국립발레단 객원으로 무대에 서기 시작해 졸업하자마자 유니버설발레단 3년을 거쳐 국립발레단에서 4년째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을 마치고 분장을 지우면서 거울을 보면 어릴 적 모습이 비친다. 신나게 놀고나서 즐거워하는 표정 바로 그것이다. 그때마다 내가 무대를 위해 태어났다는 것을 깨닫는다. 발레는 예술이고, 예술은 끝없는 정진이다. 중요한 건 현재이고, 아무도 나의 미래를 점칠 수 없다. 언제나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후배들은 그를 `발레리노의 교과섐? '로 여긴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기량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 자기 단련을 멈추지 않는 자세에 감탄하는 것이다. 부흥기를 맞은 한국 발레의 한가운데에 이원국, 그가 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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