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기획사 적자 면할려면현장예술은 어디서 공연하느냐가 중요하다. 음악도 마찬가지여서 성격에 따라 어울리는 공연장을 골라야 한다.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릴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의 독주회는 그 점에서 불만스럽다. 그는 이날 바로크첼로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전곡(1~ 6번)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런데 바로크첼로는 현대첼로보다 음량이 훨씬 작고 음색이 소박하다.
2,300석의 콘서트홀은 바로크첼로를 연주하고 감상하기엔 터무니없이 큰 공간이다. 지난달 이곳에서 열린 바로크첼로 거장 안너 빌스마의 독주회도 그랬다. 비스펠베이는 올해 이 곡으로 전세계를 돌고 있지만, 공연장은 대개 300석 정도로 작고 오붓한 곳이지 이처럼 큰 곳은 아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주최측인 공연기획사 크레디아의 한 관계자는 “한 장이라도 표를 더 팔려면 큰 공연장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표를 다 팔아봤자 남기는커녕 제작비 건지기도 힘든 클래식 공연의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적자를 면하려면 스폰서를 구해야 하는데, 최근 경기 위축으로 IMF 시절보다 더 어려워졌다고 호소한다. 클래식공연에 대한 지원이 없는 한, 최적의 공간에서 공연을 감상하려는 관객들의 욕구는 희망사항으로 그칠 뿐이다.
비스펠베이는 서울 공연 다음날인 29일 오후 5시 경기 남양주의 두물워크숍(031-592-3336)에서도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 1, 3, 5번을 연주하고,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갖는다. 두물워크숍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치는 두물머리 강변에 자리잡은 17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이다.
햇빛이 들어오는 아늑한 실내와 따뜻한 울림을 가진 곳이다. 바로크첼로를 즐기기엔 오히려 서울 예술의전당 보다 더 나을지도 모른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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