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방상호신용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금융감독원 비리사건으로 비화했지만 금감원이 장래찬 국장의 개인비리로 성격을 규정하는 등 사건의 진상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고 축소ㆍ은폐 의혹까지 일고있다. 또 불법대출 자금의 행방과 금감원 직원을 상대한 로비의 주인공도 불명확하다.▲금감원 관련자는 장 국장 뿐인가
장 국장이 받은 것으로 알려진 평창정보통신 펀드 손실 보전금은 약 7,000만원. 이와 관련, 정현준 한국디지탈라인(KDL)사장은 KDL주식투자 손실보전금 3억5,900만원과 2억4,300만원 상당의 평창정보통신 주식(3만주)이 이경자 동방금고 부회장을 통해 금감원으로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정씨가 주장하는 또다른 10억원의 로비자금을 제외하더라도 4억원 이상의 액수가 차이가 난다. 자금 전달과정에서 이씨 등이 배달사고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추가 관련자 존재 여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이와 관련, 심형구 금감원 감사실장은 “장 국장에 대한 조사와 함께 추가 관련자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것은 없다”고 답변했다.
▲비위사실을 사전에 몰랐었나
금감원은 지난 9월14일 인사에서 장 국장을 직무능력이 부적합하다며 보직해임하고 연수원으로 발령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장 국장의 비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근영 금감원장도 국감에서 “장 국장이 재산이 지나치게 많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위험한 인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은 21일 동방금고 노조원들이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는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 국장의 비위소문이 퍼진 가운데 10월초 금고의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검사를 시작한 금감원이 최근에야 비리사실을 파악했다는 해명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불법대출금 400억원의 행방묘연
정씨가 대주주로 있는 동방금고와 대신금고의 불법대출금 총액은 당초 650억원으로 알려졌지만 금감원은 이날 국감자료에서 514억원이라고 정정했다. 동방(105억원)과 대신(9억원)금고에서 나간 114억원은 정씨 계좌로 입금된 것이 확인됐고 나머지 400억원은 확인중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
정씨는 자신이 금고에서 직접 대출한 것은 40억원 외에 나머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금감원도 정씨 몰래 자금이 유출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있다. 금고 12층에 사무실을 두고 실제 경영에 깊숙히 관여해온 이씨가 불법대출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이다.
▲정현준게이트? 이경자게이트?
불법대출과 관련, 지금까지는 정씨가 핵심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씨는 이씨에게 개인적으로 자금을 빌렸을 뿐 이씨가 타인명의로 금고에서 대출한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금감원도 동방금고에서 이광세 등 3인 명의로 대출된 자금이 정씨에게 흘러들어간 관계는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 금감원에 대한 전방위 로비와 관련해서도 정씨의 혐의는 다소 미약하다. 정씨의 주장대로라면 정씨는 금품과 주식을 이씨의 요청에 따라 조달했을 뿐이다.
▲유일반도체 10억뇌물 진실은
유일반도체가 지난 2월 주가의 5분의 1가격으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과 관련환 금감원의 조사를 무마하기 위해 10억원의 BW를제공했다는 정씨의 주장에 대해 금감원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부인했다.
BW저가 인수와 관련환 규제장치는 9월부터 실시됐기 때문에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유일반도체는 지난해 6월 저가에 BW를 발행하면서 사업보고소 등에서 누락시켜 올해 1월 경고조치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금감원의 조사가 실제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정씨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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