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시도시 주민들의 러브호텔과의 전쟁이 벌어졌고, 이 전쟁은 곧 전국적으로 번졌다. 이 저쟁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우선 이 전쟁은 상업주의에 맞서서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권리를 지키는 전쟁이다. 과거에 러브호텔은 유흥가 뒷골목에 위치하였기 때문에 시민의 일상생활과는 지리적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러브호텔은 주택가로 파고들었고, 그 외형도 동화 속의 궁전 같은 모습을 갖추어 어린아이의 호기심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그 동안 못 본 체 외면하던 시민들도 더 이상 참기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둘째로 이 전쟁은 정부의 무능력과의 전쟁이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공적 규제와 불필요한 규제의 철폐를 혼돈하여 러브호텔을 무분별하게 허가하였고, 그 과정에서 세수증대를 꾀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받고 있다. 즉 이 전쟁은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윤리와 일르 이용하는 상업주의, 그리고 이에 방조하는 정부 사이의 연결고리를 절단하는 의미가 있다.
셋째로 이 전쟁은 주민의 연대성에 기초한 공동체 형성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지난 수십년간 우리의 주거문화는 배타서의 압축판이었다. 단독주책이나 아파트나 모두 높은 담장을 둘어 옆집이나 타 지역과 단절하면서 지내왔다.
지난 수십년간 산업사회라는 타인과의 치열한 경쟁의 삶을 경험하며서 우리는 자신과 가족의 생존만을 생각했다. 따라서 타인과는 마음의 벽을 쌓게 되었고 주거양식에서도 높다란 담장을 갖게 된 것이다. 담장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외면하는 사이에 러브호텔은 우리집 바로 앞까지 파고들게 된 것이다.
따라서 이 전쟁은 우리집 담장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하여 공동으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우리집의 쾌적함까지도 파괴된다는 것을 주민들이 인식하게 되었음을 말해준다.
이번일은 러브호텔에 대한 시민적 분노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권위주의의 지배하에 있었던 시민들은 주어진 질서에 순종하면서 '훈련된 무기력'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정치 사회적 부패가 만연하고 시민의 권리가 제약을 받아도 이에 대항하지 못했다. 그러한 시민들의 무기력 속에서 러브호텔은 우리집 앞에까지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시민들의 분노는 바로 이러한 무기력을 깨뜨리는 의식개혁과도 같은 것이다.
그러데 시민적 분노가 연대성에 기초한 공동체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서야 할 산이 있다. 즉 지역이기주의의 극복이다. 쓰레기 처리장 설치반대는 어느 정도 합리적 이유라도 있지만 장애아동을 위한 교육훈련 시설의 설치거부는 명백하게 배타적 지역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시민공동체는 타인에 배려가 없이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타인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마음 속에 있는 장벽을 허무는 스스로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1년전부터 대구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담장허물기 운동은 새로운 주거문화 형성의 모범사례로 볼 수 있다. 시민단체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 운동으로 담장을 허물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이웃과의 교류가 원활해지고 공동체적 연대감이 생성되고 있다.
시는 일정한 비용을 지원해주고, 전문가들은 조경을 자문하고, 주민들은 마음의 벽을 허물면서 도시의 주거문화가 바람직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운동은 관공서와 병원 등에도 전파되어 도시전체가 점차로 변화하고 있다.
러브호텔을 추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러브호텔이 들어올 수 없도록 도시주거환경을 바꾸는 일은 더 중요하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