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은 23일 “인천 연수구 옥련동 문학산 서측 일대에 53년부터 71년까지 있었던 미군기지의 유류저장 탱크에서 흘러나온 기름에 의해 이 일대 24만여평의 지하수와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됐다”며 오염된 토양과 지하수 샘플 등 증거물을 제시했다.녹색연합은 또 “97년 인천시가 민방위교육장 조성을 위해 이 지역을 정비하던 중 토양이 기름에 오염된 사실을 알고도 공사 계획만 포기한 채 그대로 복토해 버렸다”고 비난했다.
이 지역은 53년 미군에게 기름을 공급하기 위한 유류저장 시설 20여개가 설치돼 71년까지 운영됐던 곳으로 이전 후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당시 유류저장 탱크에서 흘러나와 지하에 고여있던 기름에 의한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옥골마을 주민 이학열(54)씨는 “기름탱크가 생기고 난뒤 논농사가 제대로 안돼 밭으로 바꿨다“며 “지금도 아지랑이처럼 피어 오르는 기름냄새로 머리가 아프고 심지어 떠다니는 기름을 깡통에 퍼담아 소죽을 끓이는 연료로도 사용했다”고 말했다.
녹색연합 김타균 정책실장은 “이곳의 오염은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이 아닌 기지 이전 후 환경오염 피해라는 측면에서 `미국측은 미군에 제공된 시설과 구역을 제공 당시 상태로 원상회복할 의무가 없으며 보상 의무도 지지 않는다'는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 조항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며 “미국측은 즉각 사죄하고 정부는 이 지역의 환경조사와 역학조사는 물론 미군의 현재와 과거 주둔지역에 대한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천=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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