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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요제' 대상 허병욱 "가수활동요?... 글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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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요제' 대상 허병욱 "가수활동요?... 글쎄요"

입력
2000.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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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할 때만 해도 별 욕심 없었는데, 대상을 받으니 좀 달라지네요”18일 MBC 대학가요제에서 퓨전록 `푸념'으로 대상을 수상한 이화여대 국제교육학부허병욱(22)씨는 수상 이전부터 이미 `남자 이화여대생 대학가요제 출전'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하다 올 3월 이화여대에 교환학생으로 입학했다.

한국에 온 것은 서클의 공연을 위해서였다. 공연 스폰서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 다니던 그는 이화여대의 후원으로 3,000여명의 이화여대생들과 성황리에 음악공연을 마쳤다.

그 고마움도 있고, 어차피 군복무도 해야하기 때문에 이화여대에 진학했다. “공연 때 학생들의 인상이 너무 좋았어요. 또 학과 40명 중에 남자가 3명이나 있고, 미국에서 살아 봐서 그런지 적응도 쉬웠구요.”

우연히 공고를 보고, 83년 대학가요제 동상 수상자였던 외삼촌(신달승씨)과 서클 선배들의 도움으로 부랴부랴 준비해 출전했다. “출전하면서 만나게 된 정원영씨나 윤상씨 같은 뮤지션이 너무 부러웠어요. `나도 저런 가수가 됐으면'했죠. 처음에 취미로 시작한 음악이긴 하지만.”

맑고 여린 목소리에 막내티가 다분히 묻어나지만 고집은 다부지다. “부모님 속도 많이 썩였다”고 한다. 미국 유학을 선택할 때도 그랬다. 중학교 때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본 미국은 너무 멋있었다.

그래서 법대 진학을 바랐던 부모님과 3년을 싸워 대원외고 1학년 때 미국으로 갔다. “생각하곤 너무 달랐죠. 그때 소원이 라면이라도 배불리 먹어보는 것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아이비리그는 공부 외에는 별다른 낙이 없는 삭막한 곳이라 더욱 음악활동에 매달리게 되었다. 대학 진학 전 영국에서 지냈던 6개월이 가장 행복했다. 그는 그곳에서 수십 편의 오페라와 연극을 보았다. 그는 지금의 음악활동은 어쩌면 그때에 대한 '향수'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본격적인 가수 활동은 일단 군복무 문제를 해결한 후 생각해 볼 작정이다. 부모님은 대상 받으니까 좋아하시면서도 “가수는 안 된다” 고 했다. “그런데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하고 싶은 대로 해 왔으니까요. 가수든 뭐든 인생을 즐겁게 살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사랑을 잃은 사람의 '푸념' 을 담은 그의 노래처럼, 놓치고 후회하는 선택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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