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상호신용금고 등의 대주주 불법 대출 사건이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신용금고의 사(私)금고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신용금고의 지분 변동은 금융당국의 허가없이 신고만 하면 가능하도록 돼 있는 등 금융당국의 관리ㆍ감독에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2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조재환(趙在煥)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164개 신용금고 중 벤처, 중소 및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금고는 6월말 현재 무려 34개에 달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이후인 1998년 1월 이후 기업들이 지분ㆍ참여를 하거나 인수한 금고는 45개며 지분을 사들인 기업체는 벤처기업 20개를 포함해 94개에 이르렀다.
하지만 상당수 벤처기업과 코스닥 등록기업의 경우 업체 명의로 지분을 인수하지 않고 대표이사 개인 명의로 인수, 실제 벤처기업 등이 지분을 갖고 있는 신용금고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문제가 된 정현준 사장도 한국디지탈라인창투가 아니라 본인 명의로 동방 및 대신금고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문제는 금융업무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벤처나 코스닥 등록업체들이 대주주가 될 경우 신용금고가 사금고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실제로 인터넷 벤처기업인 K사는 금고 인수 뒤 심각한 경영권 분쟁을 겪었으며, P사의 경우 2개 신용금고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자금조달 창구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금고연합회 관계자는 “금융업무를 통해 마음대로 자금 조달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벤처기업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금고를 왜 인수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감독규정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은 물론 금융당국의 관리ㆍ감독도 지극히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신용금고의 지분변동은 규모에 관계없이 7일 전에 신고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산업자본의 지배가 용이하다.
또 2% 이상 지분을 가진 출자자나 임직원에 대해서는 대출이 금지돼 있지만 감독 소홀로 상당수 금고들이 출자자 대출을 일삼고 있다. 이번 동방ㆍ대신금고를 비롯해 신충은(충북), 한신(경북), 부일(부산), 광주(광주), 우풍(서울) 등 10여개 금고에서 올들어 불법대출 사실이 드러났다.
금고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등으로의 전환 등 신용금고 활성화 대책으로 다소 활로를 찾으려는 업계에 이번 사건은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문제있는 금고를 확실히 걸러내는 것과 동시에 감독당국에 만연해 있는 관행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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