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기자가 말하는 '北기자'남한에 와서 "북한에서 17년간 기자로 일했다"고 했더니 하나같이 감탄하는 표정이었다.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물으면 "무슨 소리를 그렇게 하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남한에서는 기자 되기가 대단히 힘들며, 또 그런만큼 기자란 직업에 대한 사회적 선망도 대단하단다.
사람들은 또 예외없이 묻는다. 북한에서 어떻게 기자가 됐냐고. 북한에서 나는 희망에 따라 기자가 된 것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그 무슨 배당물건처럼 노동당에 의해 '제2자연과학 출판사'기자로 배치됐다. 노동당은 내 희망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그래도 나는 글짓기 취미가 있었으니 다행이었는데 내 동창 중 한 사람은 '죽어도 글만은 못쓰겠다"고 버텼는데도 금성청년출판사에 배치됐다. 후에 그 동창생은 출판사에서 나와 국립교예극장 노동지도원으로 옮겼다.
북한에서 기자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득이 든다면 우선 대학을 졸업해야 한다. 대졸자만이 기자로 배치받을 수 잇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인 조건은 노동당의 배치다. 노동당은 김일성종합대학 등 1급대학 졸업생 중 당과 국가 이익의 견지에서 선발한 사람을 기자로 배치한다. 그래서 '당이 부르는 곳으로'라는 구호가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에 따라 나는 1979년 7월부터 1995년 12월까지 제2자연과학 출판사 정치선동부 기자로 일했다. 이 기간 취재·집필 활동은 물론 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북한의 출판·보도는 당의 사상적 무기이며 선전선동 수단이기 때문이다. 노동당 선전선동부는 해마다, 분기마다, 날마다 기자들의 집필·편집 방향을 일일이 계획하고 지시한다.
그러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7단계의 엄격한 "검열공정"을 거친다. 이것이 북한의 기자다. 즉 엘리트 이전에 당의 선전선동 수단인 것이다. 즉 엘리트 이전에 당의 선전선동 수단인 것이다. 내가 아는 북한 기자와 남한 기자의 본질적 차이점은 여기에 있다.
북한 기자들은 정치적으로는 비교적 높은 대우를 받지만 경제적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1990년대 초반 나는 7개 기자 급수 중 4급에 해당됐는데 월 140원의 봉급을 받았다. 노동자들은 봉급 이외에 생산물을 바꿔 생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자의 봉급은 일반노동자의 봉급과 같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기자들은 당 고위간부들의 수기(전기)를 써주는 과업도 '수행'한다. 고위직 인사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기자를 선정하면 출판사측은 기자에게 정식 과업으로 고위직의 수기 집필을 지시하기도 한다. /김길선·탈북자
■김길선 누구
김길선(여·45)는 1955년 중국 선양에서 출생해 1079년 김일성종합대학 조선어문학부를 졸업한 후 1995년 말까지 '제2자연과학 출판사' 정치선동부 기자로 일했다.
이 출판사는 북한 경제의 60%를 차지하는 군수사업 분야를 다루는 비공개 출판물을 제작하는 곳. 김씨는 1997년 8월 가족(남편, 딸)과 함께 제 3국으로 탈북, 1999년 1월 남한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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