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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웃기는 나라, 놀라운 노키아

입력
200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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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셈(ASEM)에 참석했던 유럽 15개국 정상중에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은 우리 기준으로 보면 웃기는 아줌마다.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자기보다 훨씬 연하인 의원보좌관을 애인으로 사귀어 세계토픽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러나 신체구조만 빼고 남녀차이가 없다는 핀란드 문화에선 웃기는 일이 아닌 모양이다.핀란드 사람들은 또 웃긴다. 휴대폰을 세 개씩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무용과 개인용을 구분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호숫가 별장에 틀어박혀 사우나를 하면서 쓰는 휴가용이 있다니 이상한 족속이다.

그러나 그곳에선 그 문화가 정상이다. 그래서 노키아(NOKIA)라는 세계최대의 이동통신 기업이 탄생하는 배경이 됐는지도 모른다.

핀란드는 `숲반 호수반'인 유럽의 변방, 그것도 300년을 스웨덴 지배하에, 100년을 러시아 보호아래 고생하다가 80년전에야 독립했으니 그 기구함이 우리 보다 더하다.

그런 핀란드가 21세기를 맞아 가장 뜨는 나라로 돌변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기는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핀란드는 미국과 싱가폴에 이어 3위다. 국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인구 550만의 이 약소국을 정보화 강국으로 도약시킨 것은 바로 노키아이다. 올해 7,8,9월 석달동안 노키아는 휴대폰과 이동통신시스템을 75어 달러치(순익13억달러) 팔았다.

세계시장 점유율 28%로 한때 노키아를 어린애 취급하던 미국의 모터롤라를 16%, 스웨덴의 에릭슨을 10% ,삼성을 6%로 멀리 따돌리고 세계 이동통신업계 최강자가 되었다.

노키아도 한때는 요즘 우리 재벌과 다를 바가 없었다. 19세기 시골 제재소로 시작하여 기업합병으로 80년대에는 전자, 타이어, 화학, 통신, 케이블, 전력, 제지등 13개 사업에 손을 뻗친 핀란드의 문어발 재벌이 되었다.

그러나 80년대 말 세계화라는 시장변화 앞에 노키아 제품은 재고가 쌓이면서 도산위기를 맞았고, 설상가상 핀란드도 IMF위기에 처했다.

안되는 회사는 분란이 있기 마련이어서 당시 최고경영자인 카이 카이라모는 구조조정안을 내놓았으나 이사회가 거부하는 바람에 중압감을 못이겨 자살했다. 방황하는 노키아의 키를 잡은 사람은 젊은 요르마 올리라였다.

그는 디지털에 기반을 둔 이동통신 시대의 도래를 예견하며 노키아가 그 선두에 서야한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총매출액의 20%도 안되는 통신분야를 제외하고 모든 사업체를 미련없이 팔아 통신분야에 집중투자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92년도의 일이다. 노키아는 망하던 재벌에서 5년도 안되어 세계최대 이동통신기업으로 환골탈퇴했던 것이다.

지금 우리 나라는 구조조정 때문에 정부도 기업도 국민도 죽을 지경이다. 대우는 그걸 못해서 망했고, 정주영신화를 만들었던 현대그룹도 위험한 모양이다. 기업이 망하거나 위험하면 주주 경영자 종업원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전국민이 힘들다.

경제적으로 잘되는 나라를 보면 기함노릇을 하는 기업이 있다. 일본이 부상한 80년대 토요타와 소니, 하이테크로 미국이 반격한 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그리고 21세기 네트워크 시대엔 노키아나 시스코 같은 회사가 바로 그런 기업들이다.

한국산업의 기함은 어떤 기업이며 그 함장은 누구일까. 웃기는 나라 핀란드의 노키아에서 배워올 것이 많을 것 같다. 실리콘밸리에서 배우는 것 못지 않게…

김수종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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