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라카와 히데키(白川英樹ㆍ64)가 올해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일본에서는 9명째의 노벨상 수상자인 셈이고, 화학에서만 두 번째가 된다. 두 미국인과 공동 수상한 그의 업적은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 발견이었다.그런데 한국의 신문과 방송을 통해서 그 물질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바로 한국인 화학자였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원자력연구소에서 근무하다가 은퇴한 변형직(邊衡直ㆍ73) 박사가 1967년 도쿄공업대 고분자연구실에서 우연히 만들어냈던 물질이 바로 오늘날 노벨상을 받게 해 준 전도성(傳導性) 폴리에틸렌이었다는 것이다.
변 박사는 촉매의 양을 변화시켜가면서 여러 가지로 실험하다가 우연히 "반응 용액의 표면에 찬란한 은빛의 막이 보였다"고 그 당시를 회고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필름(막)이 빛을 반사한다는 것은 아세틸렌 분자가 일정하게 배열됐다는 의미였고, 이는 무언가 새로운 발견 같았다.
하지만 지도교수는 뜻밖에도 화를 버럭 내며 이 일에서 손을 떼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뒤 시라카와가 와서 필름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가르쳐 달라고 해 알려주고 나중에는 연구노트도 주었다는 것이다. 몇 주 뒤 시라카와 박사도 실험에 성공했고, 그것이 바로 오늘날 노벨상을 안겨준 그것이었다는 것이다.
이 사실은 ?시라카와 자신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 10일 노벨상 수상이 알려진 바로 다음날 가진 회견에서 그는 이미 그의 발견의 첫 계기가 실수로 만든 대학원 학생의 실험 결과였음을 인정했다.
또 그는 변 박사 이름을 대지는 않았지만, 그 학생이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온 유학생이었다면서, 당시 연구실 조수였던 자신이 밀리몰(mmol)이라 써놓은 시약을 그 유학생이 밀리(m)부분을 잘못 보고 실험한 결과였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말하고 있다.
이어서 그는 그 새 물질을 보고 "바로 이것이란 느낌을 받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렇지는 않았다고 대답하고 있다. 변 박사와 시라카와의 기억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그 새 물질의 의미를 어떻게 느꼈느냐는 문제다. 아마 시라카와는 당시는 사소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르지만, 그 후 그 새 물질을 끈질기게 연구하여 오늘의 영광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는 아사히(朝日)신문에 보도된 기사에서 오늘의 청소년에게 이렇게 충고하고 있다. “실수를 그냥 무시하고 넘기지 마라!”
박성래ㆍ한국외국어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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