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21)는 한국의 연예계에서만 나올 법한 연기자일 것이다. 몇 년간 연기공부와 무대 경험을 쌓고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배우의 길로 들어서는 것이 관례인 외국과 달리 그는 길을 가로질러 연기자, 그것도 스타의 길에 접어들었다.전혀 연기 경험이 없는 그는 지난해 10월 오디션에서 연출자의 눈에 들어 7~8월 방송된 SBS 드라마 `경찰 특공대' 의 주연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23일 첫방송되는 SBS 월화 드라마 `천사의 분노'(고선희 극본, 정을령 연출) 에서 주인공 역을 맡았다. 카메라 적응속도도 빠르고 청순함과 섹시함이 교차하는 야누스적인 외모를 가졌지만 아직 연기력이 부족한 그에게는 엄청난 행운이다.
“수많은 사람이 연기자가 되고 싶어하지만 기회를 잡지 못해 포기하는 것을 압니다. 그런 점에서 행운아죠. 하지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찰 특공대' 에서 여자 킬러역이었다. 이 같은 정형화한 배역은 공식에 가까운 연기만 해내도 관심을 끈다. 김유미는 킬러역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지만 캐릭터와 동작이 따로 노는 부자연스러움도 드러냈다.
`천사의 분노' 에선 다르다. 그는 사랑과 섐? 공의 주인공이 되기를 꿈꾸는 젊은 날을 흘려 보내고 성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주의자가 돼가는 젊은이의 초상을 그리게 된다. `천사의 분노' 에선 특수하지 않은, 일상적인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그는 순수함을 지키고 있는 연인(안정훈)을 버리고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향해 돌진하는 강열한 남자(이세창)를 선택해 불행을 맞게되는 은하 역으로 출연한다.
“킬러 역과 달리 은하 역은 주위에 흔하게 있는 인물이라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소화해야 하겠지요. 철저하게 캐릭터 분석을 한 후에 은하라는 일상적인 인물을 연기하려 합니다.”
촬영장에서 만난 그는 일주일째 계속되는 촬영으로 지쳐있긴 하지만 눈빛은 의욕으로 초롱초롱했다. `은하' 는 우리의 자화상인지 모른다. 남녀관계가 철저한 계산 속에 이뤄지는 가운데 순수한 사랑보다 물질적 풍요와 안정된 삶을 예고하는 지위에 이끌리기 마련이다. 그는 “이해타산적이고 부유한 남자는 순수해지기 어렵지만 순수한 남자는 부자가 될 수 있으므로 따뜻하고 맑은 남성을 선택하겠다” 고 말한다.
작품에서 신인은 몸매를 보여주려 하고, 스타는 영혼을 보여주려 한다는 말이 있다. 그가 `천사의 분노'에서 영혼을 보여주는 연기자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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