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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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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무책임할 수 있나요"

입력
2000.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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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파업이지만 오히려 승객들을 나 몰라라 하는 항공사를 더 이해할 수 없군요."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반대하는 '아셈 2000 민간포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던 각국의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등 외국인들은 21일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에서 발만동동 굴렀다.

세계기독교노동자연맹 대표로 17일 한국에 온 싱가포르인 삼윤산(35.여)씨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한국에 함께 온 12개월된 아들이 한국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열이 39도가 넘을 정도로 아파요. 싱가포르에도 두고온 아이 2명을 돌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오늘 꼭 돌아가야 하는데..."

그는 "대한항공측이 싱가포르로 가는 다른 항공편을 소개시켜 주기는 커녕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했다"면서 "싱가포르와 자카르타는 배편으로 일주일이나 걸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산씨는 "승객들을 궁지에 몰면서 파업을 강행한 조종사들도 원망스럽지만, 일단 승객을 치워놓고 보자는 항공사의 태도도 아연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말레이시아 인권단체 '슈아람'의 대포로 한국을 찾은 엘리자베스 옹(30.여)씨도 "내일 정도면 자리가 날 것도 같다"는 항공사측의 싸늘한 답변만 듣고 돌아서야 했다.

대한항공이 '파업으로 인한 손님불편에 회사는 전혀 책임이 없다'는 약관을 내밀며 승객의 추가 체류비 지급을 거부하고 있어 옹씨는 비행기편이 생길때까지 자비로 '억지 숙박'을 해야 한다.

옹씨는 "노도자 파업은 회사 책임이 큰데도 이로 인한 승객의 불편을 회사가 외면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흥분했다.

이밖에 '아셈 2000 민간포럼' 행사에 참가했다 이날 귀국길 비행기가 결항돼 이리저리 도움을 요청하다 발을 동동 구른 외국인들은 1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조종사파업 외국사례

비판여론 의식 단기파업이 대부분

외국에서는 항공조종사들의 파업이 정례화돼 종종 사회적 문제가 된다. 여론의 비판 등으로 대부분 그리 길게 가지는 않지만 때로는 대통령이 직접 개입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다.

파업으로 유명한 항공사로는 단연 `에어 프랑스'가 꼽힌다. 이 항공사 조종사들은 최근 10년동안 해마다 파업을 벌이고 있을 정도.

특히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0일간 파업을 벌여 개막을 몇시간을 앞두고 극적 타결을 보았다. 그러나 당시 에어 프랑스측은 약 10억프랑(2,300여억원)이란 엄청난 피해를 봤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나 법원이 개입한다. 98년 8월말 노스웨스트항공 파업때는 회사측이 2만7,500여명에 대한 임시 해고조치를 하는 등 극한 대립 양상을 보이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이 `미국 중서부의 하늘이 마비됐다'며 노사를 우회적으로 압박해 사태가 해결됐다.

97년2월14일 밤 아메리칸 항공(AA) 조종사들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선언하자 클린턴 대통령이 선언 4분 뒤 `60일간의 냉각기간을 가져라'고 명령해 타협을 이뤘다.

지난해 2월 아메리칸 항공(AA)조종사 노조(APA)는 회사측이 소규모 항공사인 `르노 에어'를 인수하면서 임금을 낮게 책정하려하자 1주일 파업을 강행하기도 했다. 당시 법원이 파업중지 명령을 내렸으나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제소를 받은 끝에 파업을 철회했다.

노조가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98년 4월 전일본항공(全日空ㆍANA)조종사들이 임금체계 개편에 반발, 15일간 파업을 벌이다 황금 휴가철을 맞아 파업을 일시 중단 한 뒤 사측과 협상으로 파업을 철회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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