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가 가져온 커다란 변화 중의 하나가 일반인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이다. 환율 성장률 국제수지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주가이동평균선 선물거래 파생금융상품 등 전문적인 용어까지 일상어가 되어 버렸다. 국민 모두가 `경제박사'가 된 정도다.■경제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경제학 교과서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경제에 대해 무엇인가를 알고 나면 이 어려운 국면을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고, 주식 등 재테크에서도 남보다 앞설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학 교과서를 펼치지만, 몇 장 못 넘기는 경우가 많다. 복잡한 수학 공식과 통계, 그래프 등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슨 이론이 그렇게 많고, 설명도 쉽지가 않아 그만 포기해 버리고 만다.
■노벨경제학상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미국 대학에서 새로운 경제학 교과서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인생, 사랑 그리고 경제학(Life, Love & Economics)'이라는 제목으로 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3명이 공동집필한 책이 대표적이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 일과 육아 등을 통해 경제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머레이 울프슨 교수는 `결국 우리는 모두 죽는다.(In the long run we are all dead)'라는 제목의 경제학 교과서를 썼다. 추리소설형이어서 우선 독자들의 시선을 붙잡아 둔다.
■경제학은 인간의 경제활동에 관한 학문으로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친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꾸 멀어져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교과서는 이에 대한 반발로, 실제 생활에 있어 경제원리가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자는 것이다.
미 경제교육학회 윌리엄 왈스타드 회장은 학생들에게 경제학을 잘못 가르칠 우려가 있다고 비난했지만, `교양으로서의 경제학'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이상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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