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에서 공식 의제는 아니었지만 주요한 논점의 하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였다. 20일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개방적인 세계무역체제의 강화방안이 논의되는 동안, 밖에서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가 있었다.체코 프라하의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 미국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 때처럼 NGO들의 격한 시위는 없었지만, `세계화인가, 반(反)세계화인가'는 장외의 최대 쟁점이었고 아셈 정상회의에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서울 아셈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이니셔티브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했다. 시장경제원리와 국제자본의 자유이동,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골간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빈부격차 확대와 소외계층의 고립, 국가간 격차확대 등의 부작용을 수반한다.
특히 정보화시대에서는 앞서가는 국가와 뒤쳐지는 국가의 격차는 산업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김 대통령은 세계화의 대세를 인정하면서도 이런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의 마련을 선도했다.
김 대통령은 정상회의에서 “세계화는 누가 막는다고 막아질 수 없다”면서 “산업혁명 때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이 있었지만 기계가 없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통령은 “산업화는 일시적으로 기계로 근로자들을 대체시켰으나 결국 더 많은 일자리, 더 나은 생활을 주었다”면서 “세계화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그러나 “세계화의 그늘진 부분을 지적하는 NGO들의 목소리도 참고해야 한다”면서 “소외와 탈락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 결과 아셈은 시민단체도 참여하는 `세계화에 대한 라운드테이블'을 채택했다. 구체적으로 국제적 정보통신망 구축, 국가간 정보교류 등이 제시됐으며 그 지향점은 `국제적 사회안전망' 구축이다. 각 국가마다 빈곤·소외계층을 배려하기 위한 사회안전망(복지정책)이 있듯이, 국제적으로도 소외국가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김 대통령은 생산적 복지개념을 접목했다. 정보화 선진국들이 무작정 후진국을 돕기 보다는 정보화기술 이전, 정보화 교육 협력 등을 통해 후진국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방향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각국 정상들은 이에 동의를 표했지만, 회의장이 아닌 국제무역의 현장에서 이를 어느정도 실천해줄 지가 과제이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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