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협력은 민족의 숙원인 통일로 향해 가는 과정에서 숙명적으로 거쳐야 할 과정이다. 그러나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남북간 제도와 의식의 차이, 그리고 정치ㆍ경제적 입장의 괴리 때문에 반드시 다음과 같은 점을 점검해보아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최근 대북 지원을 둘러싼 일각의 회의론 또는 냉소적 시각을 불식할 수 없고, 이는 결국 남북교류 협력에 장애로 등장할 수도 있다. 당위성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첫째로 점검할 것은 우리가 이 시점에서 남북교류협력이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장치를 병행해서 마련하고 있는가 이다.
우리는 남북간 화해·협력을 위한 기초적 인프라인 믿음과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투명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우리의 협력과 지원이 미래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도무지 예측할 수가 없다. 따라서 정부는 몇 대의 정부를 거쳐서 이뤄질 목표를 내 놓을 것이 아니라 2년이라는 구체적인 기간에 성취할 수 있는 현실에 입각해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예컨대 교류·협력을 위해서 상대의 불투명성을 어떻게 투명하게 바꿔놓을 것이며, 약속에 대한 상대의 실천을 담보하기 위해 어떤 안전장치를 만들 것인지를 밝혀 한다. 특히 상대방 절대권력자와의 약속을 개인적 약속이 아니라 제도적 약속으로 공고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우리가 상대방에 무엇을 얼마나 주어야 하는 지에 대한 `준비된' 계획을 갖고 있는가 이다. 이는 시도 때도 없이 북의 일방적 요구에 의해 갑자기 무슨 지원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고있는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을 제시하라는 얘기다. 구체적인 안을 만들어 미리 알리고 준비를 시킴으로써 국민들이 더 이상 놀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셋째, 우리가 북에 줄 것이 있듯이 북도 어렵지만 분명히 우리에게 줄 것이 있다. 그것이 물질적인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자원은 충분히 있다. 북이 그것을 우리에게 줄 때 우리도 흔쾌히 주는 것을 반복할 수 있다.
때문에 정부는 북한이 줄 수 있는 것 중 어느 것을 어떤 단계에서 어떻게 받을 것인가를 총론이 아닌 각론적으로 세밀히 따져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은 우리가 지원이나 투자를 할 때 우리에게 제도적 특혜나 정치적인 예의, 환경적인 특혜로 보답할 수 있다. 또 받은 것을 당장 갚지 못할 처지라면 개발권으로 보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사회는 냉정하고 현실주의적이며 주고 받은 가치를 비교하는데 익숙하다. 따라서 정부는 과연 타산에 능한 사회환경을 십분 고려하고 있는지도 되돌아 봐야 한다. “지금 주면 훗날 받을 수 있겠지”와 같은 발상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지원에 대등한 대가를 받기 위해 그때그때 계획하고 타산하고 진지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음을 국민이 알게 해주어야 한다.
만일 무엇을 주었을 때 그 대가가 나중에 치러진다면 언제, 어떤 것을 얼마나 받게 되는지를 북한으로부터 제도적으로 확실하게 보장받고 납세자인 국민에게는 그것을 가감없이 정확히 알려 양해를 구해야 한다. 남북한 관계를 자연스런 주고 받음 속에 그 크기에 따라 상계가 가능한 보편적 관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모든 대북 행동의 기초가 돼야 한다.
남북한 관계개선을 위해서 정부가 이루어놓은 업적은 실로 크다. 그러나 그것이 지속이 되고 질적 발전으로 승화되기 위해서는 총론이 아니라 각론에, 목표와 방향이 아니라 전략에, 감상적 당위보다 냉정한 현실에 보다 주목하면서 정책을 구체화해야 한다.
조명철ㆍ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ㆍ전 김일성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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