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셈의 기본 목표는 두 대륙의 협력과 교류 증진이다. 3차 서울 회의에 참석한 26개국의 정상 등은 회의, 오ㆍ만찬 등 행사 때마다 화려한 수사로 두 대륙의 협력과 결속을 강조했다. 이런 수사만 좇다보면 아시아와 유럽이 이번 회의의 표어대로 금방이라도 `새천년 번영과 안정의 동반자' 가 될 듯한 느낌을 받는다.하지만 말의 성찬 속에는 국제 질서의 경쟁과 견제, 국익 도모의 논리가 숨어있다. 우선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의 왕성한 활동은 다분히 미국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를 비판하고 있는 중국에게 아셈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세력 확장을 견제하고 다극 체제 필요성을 부각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아셈의 신규 회원이 될 수 있는 지역 조건을 `아시아권'이 아니라 `아시아 국가'로 못박아야 한다는 인도네시아의 목소리에는 정치적 긴장관계에 있는 이웃나라 호주의 아셈 가입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유럽 국가의 노림수는 아시아에서의 시장 개척이다. 유럽 국가들이 아셈을 시장개척의 교두보로 활용하고 있는 예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과 외규장각 도서반환에 합의하면서 부산-거제 민자도로 건설공사 참여 의사?를 슬그머니 비친 것은 그런 예의 하나에 불과하다.
정부는 아셈이 우리의 외교 역량을 한껏 끌어올린 `건국이래 최대의 외교행사'임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25명의 정상급이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찾았다는 `이벤트성'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이번 행사의 이면에서 꿈틀대는 국제 사회의 치열한 경쟁 법칙을 간과할 때 아셈은 겉만 화려한 `정상들의 칵테일 파티'로 끝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승일 정치부기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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