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의 역사존 바니콧 지음ㆍ김숙 옮김
서울의 대학로나 신촌 거리 곳곳에 나붙은 포스터 중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것들도 많다. 너저분한 시각 공해물이 되기도 하는 그것들은 얼마 안가 뜯겨져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빈이나 파리, 런던 등 유럽 도시에서는 거리의 미술품으로 당당하게 전시된 포스터들을 볼 수 있다.
존 바니콧의 `포스터의 역사'를 읽으면서 새삼 깨닫는 사실은 `포스터도 예술작품'이라는 것이다. 283쪽의 책에 수록된 273개의 포스터는 이를 웅변한다. 이 책은 단순한 광고물이나 장식이 아니라 예술품으로서 포스터를 다시 보게 만든다.
지은이가 다루고 있는 기간은 187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100년이다. 프랑스 화가 쥘 셰레가 1866년 석판인쇄로 제작한 포스터에서 출발한다. 그것이 예술품으로서 포스터의 시작이라고 본다. 셰레의 포스터는 당시 대대적인 도시 재정비로 썰렁해진 파리의 거리에 활기찬 색채를 불어넣으면서 일반 순수미술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포스터는 툴루즈 로트렉을 비롯한 많은 화가 뿐 아니라 무대 디자이너와 산업 디자이너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 아르누보ㆍ상징주의ㆍ입체주의ㆍ아르데코에서부터 20세기 초~m 바우하우스의 신조형운동, 1960년대 히피와 언더그라운드 운동에 이르기까지 미술사 곳곳에 침투해 상호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지은이는 포스터 역사 100년의 흐름을 세밀하게 기술하면서, 포스터가 현대미술사에 이바지한 공로를 밝혀내고 있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독자들은 한국 포스터 미술의 현재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시한부 광고물이 아닌 영속성을 지닌 예술품으로서, 액자에 담아 걸어두고픈 포스터가 많아졌으면 하는 것이 독자들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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