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와 예술피터 브룩스 지음.
문학과 지성사 발행
지금 미국 도처에 퍼져 있는 헬스 클럽과 피트니스 클럽은 미국이 지적ㆍ문화적으로 쇠락해 가고 있다는 증거로 비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셸 푸코의 갈파를 보자.
`쾌락의 인식은 오르가슴, 특히 시각적으로 분명히 확인되는 남성의 오르가슴, 속일 수 없는 남성 오르가슴 순간의, 에로틱한 육체를 보려는 탐욕스러운 욕구다.' 몸의 시대 21세기는 육체와 쾌락에 주목한다.
예일대 비교문학과 석좌 교수 피터 브룩스는 1993년 저작 `육체와 예술'에서 육체에 대한 관심의 얼개를 파고 든다. 18세기 후반에서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과 문학에서 에로틱한 사실주의 작품들을 대상으로 육체가 예술에 편입되는 과정을 명쾌하게 보여 준다.
그리스, 중세, 르네상스 시대까지 남성의 나체는 에로틱한 것이 아니라, 영웅적인 것의 표상이었다. 그러나 근대와 함께 소설 장르에 사적 생활이 침입하면서 육체적 인 것, 포르노적인 것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그 시발점 프랑스 혁명은 소설을 통해 육체를 해방시킨 계기였다. 근대 소설의 아버지 발자크의 `잃어버린 환상' 이후, 몸은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 등 문학에서 더욱 깊이 각인된다. 에밀 졸라의 `나나'에 이르면 육체는 성적인 대상으로 대두했다.
고갱이 그린 타히티 여인, 쿠르베의 관능적 육체는 부르주?아 사회가 잃어버린 것들을 유럽인들에게 강렬히 깨우쳤다. 1818년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한 장을 할애, 남성성, 근친상간 등 일반인들이 보지 못 했던 성적 주제를 이끌어 내는 대목에서는 문학평론가 특유의 정치함이 빛난다.
프로이트의 육체는 섹스라는 은밀한 언어를 토해낸다. 지금껏 봐 오던 사회심리학적 차원이 아닌, 문학 작품 분석을 통한 프로이트 다시보기이다. 그 길은 두 갈래다. 토마스 만과 조이스의 육체는 죄의식에 번민하는 육체였다. 그러나 한 뒤라스의 `연인'은 성적 쾌락에 눈뜬 소녀의 스캔들을 통해, 육체적 해방을 이야기한다. 대미는 푸코 등 구조주의자들의 성 담론이다.
존 드 안드레아의 `주근깨가 있는 여자',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 등 관련 삽화들이 도움을 준다. 배재대 불문과 이봉지 교수, 한국가술교육대학 한애경 교수가 함게 옮긴 문장이 탄탄하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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